"가결을 선포합니다"...野는 '환호', 與는 고개 떨군 채 빠져나가

입력
2024.12.14 18:14
야, 탄핵소추안 가결되자 일순간 환호 터져
여, 내내 침통한 표정 유지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14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선포되자, 고요하던 회의장에선 일순간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했고,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부결을 확신했던 여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회의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총 300표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를 얻어 통과됐다.

이날 표결에 돌입하기 직전까지도 탄핵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했다. 야당은 일찌감치 본회의장에 들어온 반면, 여당은 당내 이견이 분분해 의원총회가 길어진 듯 본회의 개의 시간보다 3분이 지나서야 입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아침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 조율에 나섰고, 본회의 직전 표결은 참여하되 탄핵은 반대하는 것으로 당론을 최종 결정했다. 1차 표결 보이콧 여파로 의원들이 속속 찬성으로 돌아서자 이를 회유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의총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메신저방에선 박수영 등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탄핵에 반대하는 서울 광화문 집회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면서 부결을 독려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을 알리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안 설명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장장 21분 동안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연설을 이어갔고, 회의장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연설 도중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일부 친윤계 여당 의원들은 잠시 자리를 뜬 채 회의장 밖에서 대화를 나누고 들어오기도 했다. 투표가 시작되자 여야 의원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흘렀고, 투표는 약 15분만에 종료됐다.

이후 개표 결과를 받아든 우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자 야당 의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본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던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까지 문너머로 환호성을 더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고개를 떨군 채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당론 이탈표가 공개 찬성 입장을 밝혔던 7명보다 높은 12명에 달하자, 여당 의원들은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여당 의원들 대부분이 본회의장을 떠났지만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왔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혼자 앉아있었다. 그러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김남근·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기도 했다.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


우 의장은 가결 선포 직후 "오늘 우리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엄숙히 선서한, 헌법 준수의 약속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 순간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고 공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차분하게 자리에 앉은 채 경청했고, 본회의 산회가 선포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격려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안 통과에 대해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면서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향후 탄핵 심판을 맡을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12·3 비상 계엄은 헌정 질서를 파괴한 엄중한 사안인 만큼 신속한 진행과 함께 오직 헌법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 전원은 본회의 후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민들을 향해 허리를 숙인 채 감사 인사를 했다.

우태경 기자
박준규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