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 시선은 탄핵안 인용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있다. 본격 심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법조인들은 대체로 헌재가 윤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자체가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위헌·위법적 요소가 많은 데다, 내부자들의 잇따른 폭로로 계엄의 불순한 목적까지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법원과 헌재는 그간 '통치행위도 위헌·위법성이 있다면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실제 대다수 헌법·법률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야당의 잇단 공무원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선포한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 통고 절차 누락은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쳐도, 계엄 선포 요건이 전혀 충족되지 않은 점은 명백히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형식을 빌려 야당이 야기한 위기 상황을 알리려 한 것이고 △질서 유지에 필요한 병력만 투입했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헌재 심판에서도 이런 이유를 들어 '현직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위헌·위법의 중대성이 크지 않다'고 강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국회 장악 실패'를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군경 지휘부에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 사유에 적힌 사실관계가 얼마나 정확하고 구체적인지는 탄핵심판을 결정할 때 중요한 잣대다. 이번 사태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선포 △무장 병력의 국회 강제 진입이 고스란히 중계됐고, 이런 내용은 탄핵안에도 담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침투시켜 '4·10 부정선거' 음모론을 조사하려 한 정황도 계엄 목적이 위헌·위법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진술이 헌재에 제출되면 실체 파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을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사실로 확인되면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조를 운영해 '정적'을 감금하려 한 게 맞다면, 계엄을 개인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오남용한 것이기에 불법성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짤막한 담화를 통해 뒤늦게 '사과'를 입에 올렸지만, 국회의 탄핵안 의결을 막기 위해 등 떠밀려 사과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12일 재차 발표한 담화에선 "계엄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때도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지금 혼자 살겠다고, 지지 세력까지 위헌·위법한 계엄을 옹호하도록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