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가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입력
2024.12.20 14:17
가족 이야기 담은 '대가족'·'결혼하자 맹꽁아!'
피 안 섞인 가족… 콘텐츠가 반영하는 현실

'가족'은 많은 드라마, 영화가 내세웠던 소재다. 모성애, 부성애 등을 다루거나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관련해 물음을 던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난 11일에는 '대가족'이 개봉했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압도적인 화두인데 꾸준히 진행돼 와서 놓친 게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우리가 가정을 꾸리는 게 힘들어졌지' 싶더라"면서 관객들이 이 작품을 관람한 후 가족에 대한 담론이 생기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한 바 있다.

안방극장에서는 KBS1 '결혼하자 맹꽁아!'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이혼, 재혼, 졸혼 등 결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모든 세대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는 유쾌한 가족드라마다. 핏줄이 아닌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외에도 KBS2 '다리미 패밀리', 채널A '결혼해유(YOU)' 등이 가족,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중이다.

영화보다 보수적인 드라마

가족 소재는 꾸준히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윤석진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가족은 존재의 기반이 된다. 가족 콘텐츠는 계속해서 나올 거다. 다만 시대 변화를 반영해 변화된 가족의 모습이 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드라마, 영화는 꾸준히 가족 소재를 다뤄왔으나 그 안의 모습들이 달라지긴 했다. 사회가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이 결혼, 혈연으로 묶인 관계에서 확장된 가운데 콘텐츠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왔다.

다만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이러한 변화들을 담아내고 있다. 윤 교수는 "방송은 초창기부터 공익성, 윤리성, 도덕성 등을 강제받아왔다. 사회 변화와 관련해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담기긴 했으나 방송 심의 등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반면 영화는 이러한 부분으로부터 자유로웠기에 굉장히 진보적인 가족 담론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영화가 진보적인 담론을 펼쳤던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국제시장' 같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영화는 과거 지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전통적 의미의, 보수적인 가족 담론들이 그대로 나왔다"고 전했다. 1,426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가족을 살아온 아버지 덕수(황정민)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다양해진 가족 이야기

통계청은 최근 '장래가구추계(시도편): 2022∼2052년'을 발표했다. 2052년 전국 평균 가구원수는 1.81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콘텐츠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 중이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는 윤정재(최원영)와 김대욱(최무성)이 세 명의 아이를 돌본다. 세 명의 아이는 남매처럼 깊은 감정적 교류를 나눈다. 지난달 29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에서도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이 가족을 형성했다.

따스한 가족 이야기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종영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강지원(박민영)이 두 사람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작품이 가진 통쾌한 매력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이혼율은 9만 2,000여건에 이른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안방극장과 극장가를 채우는 가족 이야기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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