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국내선에서 다리 공간이 넓은 일반석에 추가 요금을 받으려다 철회했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관련 비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방어했지만 안 그래도 아시아나항공과 결합으로 독과점 부작용을 두고 걱정이 큰 상황에서 요금 인상 논란이 일어나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예정대로면 이날부터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편에 도입하기로 한 '사전 좌석 유료 선택제'를 없던 일로 했다. 당초 사전 유료 선택제 대상은 일반 좌석보다 다리 공간이 넓어 선호도가 높은 좌석이다. 다리 공간이 여유 있는 '비상구 좌석(엑스트라 레그룸)'과 '일반석 맨 앞좌석'이다. 대한항공은 엑스트라 레그룸은 일반 좌석보다 1만5,000원, 맨 앞좌석은 1만 원을 더 받고 우선 탑승과 위탁 수하물 먼저 처리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었다.
대한항공은 9일 해당 제도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와 함께 '요금 인상'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서비스를 신설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 비용을 추가로 받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제도는 2021년 1월 국제선 항공편에 먼저 도입한 것인데 국내선에서도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확대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나름의 방어 논리를 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 날부터 이 제도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탓에 "안 그래도 국내 유일 초대형 항공사 탄생으로 서비스 질은 떨어지는데 요금은 오르는 독과점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항공업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추가 비용을 받기로 했던 좌석들은 기존에 있던 좌석"이라며 "좌석 공간을 더 늘리고 리모델링을 했으면 몰라도 원래 일반 좌석과 같은 가격을 받으면서 운이 좋으면 배치되던 좌석에 비용을 추가하니 요금 인상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항공 내에서도 "왜 하필 지금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느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내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는 마무리됐어도 실질적 결합 작업은 이제 시작"이라며 "조직 개편, 아시아나항공과 유기적 소통이 우선 돼야 할 시점에 대뜸 요금 인상으로 보일 수 있는 조치를 하면서 주변의 우려를 키웠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전날 해당 제도 도입 철회를 결정했다. 홈페이지에서도 사전 좌석 유료 선택제 안내를 삭제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서비스는 앞좌석 선호 승객에게 구매 기회를 제공하고 우선 탑승·수하물 우선 수취 혜택 등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차원에서 시행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포괄적 서비스 개선 차원의 시행 목적과 달리 우려가 많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