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설치해" "월담 시도 차단"... '그날 밤' 서울경찰청 지휘부 무전엔

입력
2024.12.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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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일 경찰 무전 기록 입수]
서울청장, 무전 통해 직접 통제 지시
현장 지휘부 역시 구체적 지침 하달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2·3 불법계엄 사태' 당일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를 근거로 무전을 통해 국회 전면 통제를 여러 차례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차벽을 설치하고,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 등 출입을 막으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하달했다.

1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경찰청 지휘망 녹취록(12월 3일 오후 6시~ 4일 오전 11시)'에 따르면, 김 청장은 3일 오후 11시 54분 직접 무전기를 통해 서울 영등포서, 기동대 등에 지시했다. 그는 "23시부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령됐다"며 "포고령에 근거해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간부로 국회 내에서 출입하는 국회의원 보좌관 등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통제 방법도 제시했다. 김 청장은 "차벽을 철저히 설치하고 검문검색해서 포고령 내용을 잘 설명해서 물리적 마찰 없이 통제를 해주기 바란다"고 전파했다. 30여 분 전인 오후 11시 21분에는 "검문검색을 잘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 출입증 있는 사람은 통과를 시키도록 하라"고 했으나, 포고령 이후 특수부대의 국회 경내 진입 시간(4일 0시 7~40분)이 가까워오자 다시 통제 지시를 내린 것이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포고령을 근거로 "전면 통제"를 재차 요청했고, 조 청장이 김 청장에게 다시 통제를 지시하자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엔 김 청장뿐만 아니라 서울청 현장 지휘부의 국회 앞 통제 지시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오부명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이 시작된 4일 0시 49분 "경력이 도착하는 대로 국회 수비 탄탄하게 대비해 주시고 절대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런 일이 없도록 지휘관들이 참가자들을 향해서 절대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경고와 안내를 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관할 서장인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은 "알겠습니다. 두텁게 수비하되 마찰이 없도록 반복 지시하면서 상황 관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현장 경찰관들에게 국회 월담 시도를 저지하라는 지침도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4일 0시 49분 오 차장은 "아울러 담벼락을 넘어가는 일부 참가자들이 있습니다. 경력들을 좀 배치해서 담을 넘지 않도록 수비 바랍니다"고 했고, 강 서장은 "알겠습니다. 지원 경력들 도착하는 대로 폭넓게 배치해서 월담 시도 차단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시각은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표결을 시작한 때여서, 계엄에 항의하러 온 시민들을 막으라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 경찰 지휘부의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이날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은 계엄 당일 국회를 통제해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특수단은 이날 강 서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