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 조지호·김봉식 구속영장 신청... "계엄 사전에 알았다"

입력
2024.12.12 15:40
3시간 전에 삼청동 안가에서 尹 만나
경찰청장·서울청장 함께 영장은 처음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계엄 당일 국회를 통제해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사전에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2일 오후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10일 조 청장과 김 청장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고 11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의 수장과 서울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청장이 동시에 체포돼 구속영장이 신청된 건 처음이다.

국수본 조사 결과,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계엄 이후 국회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인 3일 오후 7시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지시 사항이 담긴 A4용지 1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한병도·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장 전용 관용차량 운행 내역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3일 밤 10시 10분 청사에 입고됐다. 당시 차량엔 조 청장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대통령 안가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청장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서울경찰청은 계엄 선포 당일 저녁 김 청장의 청사 출입 내역에 대해 '오후 6시 38분 퇴근 후 오후 7시 46분 재출근'이라고 국회에 제출했다. 청사를 나간 뒤 1시간 8분 만에 다시 복귀했다는 얘기인데, 그사이에 대통령 안가에 다녀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그동안 계엄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선을 그어왔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엄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답했다. "계엄 선포 이후 김봉식 서울청장에게 전화했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바로 전화한 건 아니고, 저도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