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에 챗GPT가 탑재됐다. 애플이 지난 6월 개발자 대상 행사에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챗GPT 통합을 예고한 지 반년 만이다. 챗GPT와 만난 시리는 더 복잡하고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질문에도 답변이 가능해졌다. 다만 한국어로는 내년 4월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애플 미국 본사는 시리와 챗GPT 통합을 포함하는 새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11일(현지시간) 배포했다. 이날부로 미국 등 영어권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별도의 챗GPT 가입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도 애플 기기에 깔려 있는 시리로 챗GPT를 쓸 수 있다. 이용자의 질문이나 요구를 '챗GPT가 해결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시리가 챗GPT 이용을 제안하고 이를 이용자가 수락할 시 챗GPT로부터 답변을 받아 전달하는 식이다. 웹 검색이 필요한 실시간 정보, 전문 지식 등에 적용된다.
애플은 "계정 없이 챗GPT를 사용할 경우, 오픈AI가 사용자의 요청 사항을 저장하지 않으며, 대화 데이터를 모델 훈련에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픈AI 계정을 연결해 두면 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기반으로 챗GPT를 구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애플이 지난 10월 애플 인텔리전스의 일부 기능을 내놓긴 했지만, 이날 챗GPT 통합 기능 출시로 AI 접목도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비로소 완성된 '애플표 AI'가 아이폰 판매량을 증대시키고 신제품으로의 교체를 촉진하는 한편, 애플이 소비자 중심 AI 분야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애플 주가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250달러(약 35만7,900원)를 터치했다.
CNBC는 "이번 통합은 오픈AI에 있어 큰 승리"라며 "아이폰 사용자 수백만 명에게 자사의 주요 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단번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용자 폭증의 여파인 탓인지, 이날 한때 챗GPT는 접속 문제를 일으켰다. '로그인 등이 안 된다'는 신고가 3만 건 가까이 접수됐는데, 현재는 해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