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이 윤석열 대통령의 현 상황을 "레임덕(lame duck·발을 저는 오리)이 아니라, '데드 덕'(dead duck·죽은 오리)"이라고 단언했다. '임기 말 권력 누수' 차원을 넘어, '이미 권력을 상실한 지도자'가 됐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권을 향해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즉각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문도 건넸다.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제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맹렬히 비판했다. 매체는 "한국 대통령의 기이하고, 끔찍하고, 단명해 버린(bizarre, appalling and short-lived) 시도는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 뒤, "그의 정당(국민의힘)은 총리와 당대표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했고, 다른 이들(야권)은 그것을 위헌적인 '2차 쿠데타'라고 부른다"고 진단했다.
야당을 '비열한 친북·반국가 세력'으로 표현하며 계엄 선포 이유로 내세운 윤 대통령 발언도 질책했다. 가디언은 "다른 보수층도 그의 씁쓸한 확신을 공유한다"면서도 "대부분은 이 결정(근거 없는 계엄 선포)이 주로 근본적으로 변덕스럽고 사적인 정치의 일환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김건희 여사)의 행동에 관한 수사, 정부 정책들에 대한 의회의 방해에 윤 대통령은 화가 났다"며 "지지율이 처참했음에도 그는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민이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심각한 착각'을 했다는 얘기다.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디언은 "한국의 제도적 안전장치는 일부 성공적이었다"며 지난 3일 밤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모이는 의원들을 막으려던 군대에 실탄이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수십 년간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 (진정으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대중의 헌신"이라며 한국인의 시민의식을 치켜세웠다.
국격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 여당의 행태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가디언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이번 위기는 세계 무역, 투자, 기술 흐름의 중심이 됐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희귀한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된 국가를 더럽히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 절대 다수(108명 중 105명)가 1차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선 "국민 70%가 탄핵을 바랐지만 국민의힘은 지난주 투표를 보이콧했다"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해법은 신속한 탄핵과 차기 대선일 뿐이라는 게 가디언의 주장이다. 매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말로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2차 표결에서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레임덕'이 아닌 '데드 덕'이다. 필요한 것은 '사임 로드맵'이 아니라 즉각적인 (대통령) 선거"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사망'을 선고한 셈이다.
가디언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라고 했다. 북한 핵 개발, 우크라이나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복귀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과 국내 이슈(불평등 심화, 성장 정체 등)도 언급했다. 매체는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보여 줬고, 지금 그것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