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는 허기호(58) 한일홀딩스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주식 소유 내역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선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 장성훈)는 11일 허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임직원과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시세조종으로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업무상 의무 위배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허 회장의 주식 보고의무 위반 혐의는 유죄로 보고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독 범행으로 기소된 주식 소유 상황 보고 의무 위반 등에 대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한 보강 증거도 있다"고 판시했다.
허 회장은 2020년 자회사인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 모회사인 HLK홀딩스를 흡수합병할 때 시세 조종을 한 혐의로 2021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물출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며 회사에 약 306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허 회장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 조종을 실행한 임직원들은 앞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 1년 만에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