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재고하라고 충고했다.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 자국 제조업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기여한 입법 성과는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진보 성향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상대로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이행한다면 중대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 비용을 미국 소비자가 아닌 외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됐다”며 관세의 대가는 미국 소비자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행사에 간 옐런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가 예고한 전면적 관세가 소비자가격을 크게 올리고 기업에도 비용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맞서 이룬 진전을 물리고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선거전 기간 미국 내 수입품 대상 10~20% 보편관세 및 중국산 대상 60%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승리 이후인 지난달 25일에는 마약 및 불법 이민의 미국 유입 문제와 연계해 이웃 국가인 멕시코·캐나다에는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율에 10%를 추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업적으로 여기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축소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두 법은 보조금으로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 등에 기반해) 우리가 한 역사적 투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州)보다 공화당 지지 주에 더 많이 갔다”며 회유를 시도했다. 투자는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는 “새 정부가 이 진전(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경제적 성과)을 보존하고 그 위에 (다른 성과를) 쌓아 올리기를 깊이 소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가 고립주의가 될 가능성도 걱정했다. “우리가 세계를 이끌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세계를 이끌겠느냐”고 반문하면서다. “대통령이 미국을 이끄는 유일한 길은 모든 미국인을 이끄는 것”이라며 통합의 정치를 트럼프 당선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올해 안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인수의 안보 영향 문제를 검토해 온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달 22, 23일쯤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원회 결정을 통보하도록 돼 있다는 게 근거다. 트럼프 당선자 역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