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전국 곳곳에 2,0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불을 밝힌 참가자들은 "한국에 봄날이 다시 올 거라고 믿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발언을 남기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여느 집회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같지만 이는 사실 '온라인 촛불지도'다. 링크 주소로 들어가면 지도가 뜨는데 원하는 지역에 촛불을 표시하고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지도 제작자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해도 이곳에서 당신의 마음을 전해 달라. 작은 촛불 하나가 모여 큰 희망이 된다"며 적극 동참을 촉구했다.
매일 국회 앞에서 열리는 탄핵 촉구 시위 못지않게 온라인상 집회 열기도 뜨겁다. 오프라인 집회 시간이 평일 저녁인 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라는 한정된 장소라 참석이 어려운 이들이 온라인에서라도 힘을 보태겠다며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정권 규탄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프로필 사진을 촛불로 바꾸는가 하면, 커뮤니티에서 탄핵과 관련된 의견을 거침없이 게시하고 공유한다. 촛불행동 등 탄핵 집회 주최 측이 올린 영상 및 게시글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촛불행동은 10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개사한 노래 '내란공범 105인의 역적들'을 유튜브에 띄웠는데 게시 하루 만에 조회수 약 90만 회를 기록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105명의 이름을 기록하는 게임도 등장했다. 게임 개발자는 "시위에 못 가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큰 빚을 진 것 같아 (탄핵 표결에 불참한) 105명 이름이라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 제작 등은 기성세대에선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①참여에 따른 효능감을 중시하며 ②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고 ③효과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등 퇴진 운동의 주축이 된 젊은 층의 특징이 반영된 문화라는 분석이다.
후방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지원하는 양상도 목격된다. 여의도 지역 화장실 위치와 칸의 숫자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여의도 화장실 지도'가 대표적이다.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은 임완수 미국 메해리 의대 교수. 최근 잠시 한국에 왔다가 비상계엄 사태에 충격을 받아 지도를 제작하게 됐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토요일 집회에 참여했는데, 화장실 줄이 1시간을 넘길 정도로 길더라"며 "제가 잘하는 분야에서 참가자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는 지도에 대해 아는 사람이 10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엑스를 통해 알려지며 70만 명까지 늘어났다. 회원가입을 하면 정보 수정이 가능한데 직접 현장에 나가 확인 후 최신 정보를 채워 넣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 촛불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온·오프라인의 결합이 강화됐다"며 "이를 계기로 2016년 박근혜 정권에 대한 촛불시위와는 다른, 온라인 중심의 저항 움직임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