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거부할 경우 탄핵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고 마련하려는 ‘조기 하야’ 카드마저 윤 대통령이 거절할 경우 여당의 ‘탄핵 이탈표’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10일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시점으로 내년 2월 또는 3월을 지목했다. 즉시 하야하라는 야당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시간을 벌고 탄핵만은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로 적시한 상황의 심각성을 무시한다는 비난이 상당하다.
이양수 정국안정화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TF에서 의논한 초안을 의원들께 보고했다"며 "2월 퇴진 후 4월 대선, 3월 퇴진 후 5월 대선의 두 가지 안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내세운 ‘탄핵에 준하는 조기 하야’에 부합하는 일정이다. 앞서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3개월 지나 헌재가 최종 탄핵 결정을 내렸다. TF는 이르면 11일 최종안을 확정해 대통령실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든 탄핵이든,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3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에서 TF의 초안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사례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탄핵과 자진 퇴진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탄핵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결정하는 방식이고 향후 일정이 예측 가능하다. 이와 달리 TF 초안에 담긴 퇴진은 여당의 구상을 윤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다.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해도 강제성이 없다. 여권 내부 알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압도적인 탄핵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양수 위원장은 표결 참여 여부에 대해 “결정이 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7일 1차 탄핵안 표결 당시 여당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며 탄핵을 저지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도 이를 부정하며 보수진영의 존립 가치를 허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친윤석열(친윤)계는 ‘윤 대통령을 명예롭게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검 위에 새로운 정권을 세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윤 의원은 “조기 퇴진에도 반대한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진 의원들은 아예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추천하고 나섰다. 친한계는 "한동훈 대표와 싸우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당내에서는 ‘탄핵 불가피’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김예지 김상욱 조경태 등 친한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이번 주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14일 본회의 재표결 때 탄핵 방식으로라도 직무정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결에서 여당 의원 8명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날 통과된 내란특검에서도 여당 의원 22명이나 동참한 것도 여당 내부의 달라지는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이탈표에 힘을 싣는 발언이 부쩍 늘고 있다. 친한계 핵심 당직자는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적시됐는데 탄핵을 반대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에게도 윤 대통령 탄핵을 포함한 여러 의견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윤 대통령이 조기 하야라는 수모를 겪기 보다 탄핵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가려 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경우 이탈표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