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그룹 오너 경영인의 고위직 승진이 세대가 지날수록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오너 4세의 부회장·회장 승진에 걸리는 시간이 부모 세대와 비교해 30% 넘게 줄었는데 이들의 등기이사 등재 비율은 낮아졌다.
1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자산순위 100대 그룹 오너 일가 835명 중 현재 경영에 참여하는 290명의 승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100대 그룹에서 현존하는 1세대 창업자는 9명으로, 이 중 6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2세대는 353명 중 130명, 3세대는 391명 중 132명, 4세대는 80명 중 28명이 역할을 맡았다.
오너가 경영인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입사에서 임원이 되는 기간이 길었다. 그러나 임원이 된 후에는 사장, 부회장, 회장 승진 기간이 이전 세대보다 짧았다.
창업 2세는 평균 28.7세에 회사에 들어가 임원까지 4.8년이, 3세는 평균 29.6세에 입사해 임원까지 3.8년이 걸렸다. 창업 4세는 평균 28.8세에 입사해 7년을 보내고 임원으로 승진했다.
임원에서 사장까지 승진하는 기간은 2세 평균 8.3년에서 3세 평균 9.9년으로 늘었다가 4세대 평균 9.7년으로 소폭 줄었다. 그에 비해 임원에서 부회장까지 가는 기간은 2세 12.3년, 3세 12.9년에서 4세 평균 10.4년으로 2년 이상 줄었다.
회장 승진 속도는 더 빨랐다. 2세와 3세가 임원에서 회장에 오르기까지 각각 16.5년, 18.7년이 필요했는데 4세는 12.7년으로 단축됐다. 그러면서 회장단 평균 나이도 낮아졌다. 오너 2·3세가 회장직을 맡은 경우 평균 나이는 50.5세였지만 4세대에선 평균 46세였다.
반면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일가의 등기 임원 등재 비율은 2세 70%에서 3세와 4세 각각 46.2%, 46.4%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오너 경영인 중 대표적 미등기 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및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딸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이 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회장)·김동원(한화생명 사장·차남) 부자도 미등기 임원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LS그룹 공동창업주 구평회 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마찬가지다.
100대 그룹 사장단 가운데 가장 어린 사람은 1990년대 생인 우기원(32) SM하이플러스 대표와 김윤혜(32) 호반프라퍼티 사장이다. 1991년생인 우기원 대표는 SM그룹 창업주인 우오현 회장의 외아들이다. 호반그룹 창업주인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의 장녀 김윤혜 사장도 1991년생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