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운동' 10대도 나섰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 우리가 바꿀 것"

입력
2024.12.10 16:49
청소년 5만명 시국선언, 최대 규모
"대통령이 청소년 인권 억압" 비판
한국외대 학생들도 국제 시국선언

"우리 손으로 뽑진 못했지만, 우리 손으로 뽑아내길 바랍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10대 청소년들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앳된 얼굴의 참가자들은 '청소년이 명령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지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우리가 바꾼다는데 우리 의견을 묵살할 수가 있냐"며 "학생도 국민이니 우리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이들은 약 5만 명.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시국선언 중 최대 규모다. 분당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블루', 성미산학교 학생회, 용화여자고등학교 학생자치회 '한빛' 등 학생회와 각종 동아리, 개인 참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12·3 불법계엄 사태'를 보며 그간 배워온 역사가 부정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은우(17)양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서 황당하고 두려웠다"며 "학교에서 4·19와 5·18 등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뤄낸 역사를 배웠는데,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청소년의 힘으로 탄핵을 이끌어낼 거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영 활동가는 "5·18 민주화 운동, 광주 학생 항일운동, 세월호 참사 등 청소년은 역사의 중요한 변곡에서 언제나 등장했다"며 "청소년들이 윤석열의 탄핵과 처벌을 요구하는 건 미래를 위한 연습이 아닌 지금 당장 여기에서 사회를 바꾸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시국선언문엔 윤석열 정부가 청소년 인권을 위협했던 사례도 담겼다. △정권 퇴진 집회를 이유로 청소년 단체가 표적 수사를 당했고 △과거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 만화가 경고를 받았으며 △표현의 자유 등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문했고 △인권에 반하는 사람을 국가인권위원장 자리에 앉혔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은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쳤지만, 시민의 자유는 물론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도 적대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본관 앞에선 윤 대통령 및 여당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는 학생들의 국제 시국선언도 진행됐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17개 언어를 통해 "윤 대통령은 국가 혼란과 국민 기만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은 데 사과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전유진 기자
강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