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람보르기니가 트럼프 컴백 앞두고도 '전동화 퍼스트' 전략 고수한 까닭은

입력
2025.01.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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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아·태 지역 최초 테메라리오 공개
윙켈만 CEO "하이브리드 적기는 지금"
순수 전기차는 2030년 출시 예정


람보르기니는 순수 전기차를 가장 먼저 내놓을 필요는 없다.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적기는 지금이라고 봤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

모두가 순수 전기차를 향해 앞다퉈 달려가고 있지만 슈퍼카 회사의 수장은 속도 대신 안정성을 택했다. 2024년 11월 29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만난 스테판 윙켈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두 번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모델 테메라리오를 소개하며 밝힌 경영 철학이다. 이 회사는 '람보르기니 데이 재팬 2024'에서 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HPEV) 슈퍼 스포츠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공개했다.

우라칸의 후속 모델인 테메라리오는 합산 최고 출력 920마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4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2.7초다. 회사 측은 "배기가스 배출량은 기존 대비 50%로 줄였고 내연 기관과 세 개의 전기 모터를 조화롭게 결합해 고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출시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 미국 통상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지만 윙켈만 CEO는 "전동화 전략은 계획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 시기를 애초 다른 회사보다 늦은 2030년으로 잡은 까닭회사의 전동화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두 번째 임기와 겹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발 빠르게 전략을 고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람보르기니는 이미 모든 라인업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했다"며 "우리는 순수 전기차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브랜드가 될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전략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트렌드는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며 "현재 만들어지고 있거나 곧 생산에 들어갈 모든 차량은 최고의 라인업이며 (미국) 새 행정부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전기차 트렌드 완화 속에서도 전동화는 지속된다"


그는 유럽 자동차 업계의 수익이 감소하는 주요 원인으로 때이른 전동화를 꼽았다. 윙켈만 CEO는 "현재까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평준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너무 빨리 들여오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자사 하이브리드 전략에 대한 확신도 드러냈다. 그는 "내연 기관에서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로 넘어갈 때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바로 가격"이라면서 "여기에 충전 시간과 배터리 밀도, 충전 인프라 등 네 가지 요소가 해결될 때 소비자는 물론 관련 법률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고객들이 수용하기에는 하이브리드가 최적이라는 얘기다.

중국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시장 적응력, 출시 속도, 품질, 디자인,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 유럽 제조업체들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며 "유럽은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윙켈만 CEO는 "전기차 자체의 기술력과 차량에 담긴 소프트웨어 요소,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유럽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내년(2025년)에는 기술, 출시 속도,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람보르기니의 순수 전기차 출시 계획은 6년 뒤. 윙켈만 CEO는 "2030년까지 람보르기니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레부엘토, 테메라리오, 우루스 SE 등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유지하며 네 번째 모델인 GT2+2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최초 순수 전기차가 될 이 차량은 지상고를 높여 설계했다고 한다.



CEO 윙켈만, 20년 슈퍼카 리더십의 비결


윙켈만 CEO는 2005년부터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를 이끌어 온 베테랑 경영자다.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V10 우라칸, V12 아벤타도르 등 수많은 모델이 탄생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2015년 람보르기니의 세 번째 모델 라인업인 '슈퍼 SUV 우르스' 제작 계획 발표를 끝으로 아우디 고성능 차량 부문인 아우디 콰트로(현 아우디 스포츠)의 CEO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20년 12월 람보르기니에 돌아왔다.

도쿄 박지연 커넥트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