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대규모 공세로 무너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총리가 정부 권력을 반군 측에 이양하는 데 동의했다. 13년간 이어졌던 시리아 내전의 종식 이후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는 셈이다. 유럽 각국도 이를 반영, 시리아 출신 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아사드 정권의 모하메드 알잘랄리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SSG는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행정부 격인 조직으로, 2017년 설립 이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과세와 사법 등 업무를 수행해 왔다.
HTS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알아사드 정권 인사들 간 대면 회의도 열리고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알졸라니가 지난 밤사이 알잘랄리 총리, 파이살 메크다드 부통령과 만나 과도정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알졸라니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권력 이양을 조정하기 위해’ 알잘랄리 총리를 만났다”는 내용의 HTS 성명 발표 소식을 전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SSG 수반인 모하메드 알바시르가 당분간 이끌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변국도 반군과의 소통 창구를 찾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당국자는 로이터에 ‘카타르가 HTS와의 접촉을 이미 시작했고, 10일 알바시르와 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중재자를 통하는 방식 등으로 시리아 그룹들과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선 시리아 출신 피란민들의 망명 절차가 속속 중단되고 있다.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시리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리아 난민의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9일 밝혔다. 현재 계류 중인 시리아인 망명 신청은 4만7,270건이다.
영국 내무부도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동안 시리아 망명 신청 처리를 일시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정부도 시리아 난민 심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 역시 조만간 같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비르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많은 사람이 시리아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알아사드가 떠난 지금, 그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는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이 흐름은 빠르게 역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환영하면서도 “당장 난민 귀환 조건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