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지노 145억 횡령사건’ 주범 4년 만에 잡혔다

입력
2024.12.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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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적 50대 임원
두바이서 체포 후 국내 송환

4년 전 발생한 ‘제주 카지노 145억 원 횡령 사건’의 주범이 마침내 붙잡혔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경찰청은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의 VIP 대여금고에서 145억6,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로 전 카지노 재무담당 임원인 중국계 말레이시아 국적 A(58)씨를, 인터폴 수배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월 4일 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회사 경영진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카지노 손님 모집 에이전트 업체 직원인 중국인 B(40대)씨 등과 공모해 카지노 내 VIP 금고에 보관 중인 회사 현금 자산 145억6,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A씨는 카지노 측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기 전인 2020년 연말 휴가를 떠난 뒤 연락이 두절됐었다. A씨는 카지노 내 VIP 대여금고를 사용하고 있던 B씨의 개인 금고로 돈을 옮겨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B씨 역시 해외로 도피한 뒤였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의 카지노 개인금고에 보관돼 있던 80억여 원과 이들이 다른 모처로 옮겨 보관 중인 50억여 원 등 총 134억 원가량을 압수했다. 나머지 10억여 원 중 5억 원은 불법 환치기 수법 등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고, 5억 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라진 돈 대부분을 회수한 경찰은 핵심 용의자인 A씨와 B씨를 인터폴에 수배 요청했으나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2022년 11월 중국인 B씨가 "(횡령한 돈은) 자신이 외국과 국내 카지노에서 딴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국내로 자진 입국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해 B씨는 풀려났고, 수사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경찰은 그동안 동남아시아 지역 경찰협력체인 아세아나폴(ASEANPOL) ‘도피사범 추적 프로젝트’에 A씨를 등재했고, 지난 2월부터 집중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약 9개월 만인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인터폴이 두바이 현지에서 A씨를 검거했다. 국내로 송환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카지노 금고 내 돈을 옮긴 사실은 인정했지만,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횡령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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