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계엄군의 국회·선거관리위원회 진입 작전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듯 보였다. 하지만 당시 투입된 군인들은 정확한 명령을 모른 채 출동해 전화로 받은 지시를 이행하느라 우왕좌왕하거나 반헌법적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 저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정예부대인 707특수임무단조차 사전에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 탓에 내비게이션 앱 '티맵'을 켜서 국회 지리를 확인해야 했던 상황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비상계엄 당시 197명 부대원과 함께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는 계엄 당일 오후 11시 49분쯤, 특수작전항공단의 UH-60 헬기를 타고 가장 먼저 국회 경내에 진입한 현장 지휘관이다. 김 단장은 혼란스러웠던 계엄 당일의 일을 증언하며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그 역시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TV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8분 뒤인 오후 10시 31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전화로 출동 지시를 내렸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군을 최소한 1시간 이후 투입하는 것이 윤 대통령 지침"이라며 실제 국회 장악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지점이다.
김 단장에게 전해진 상부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2개 건물을 확보하라'는 것. 김 단장은 출동지가 국회라는 것에 당황했지만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등 건물만 잠그자는 생각으로 제일 빨리 도착한 헬기에 오후 11시 20분쯤 탑승했다. 이날 곽 사령관은 작전 수행 내내 20통 넘게 전화해 수시로 상황을 체크했다.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국회 정문과 후문에는 취재진과 국회 보좌진, 경비요원 등이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더구나 평소 작전 계획을 세우며 빠삭하게 구조를 파악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날 국회는 구조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졸속으로 이뤄졌다. 김 단장은 "국회 구조를 몰라 티맵을 켜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과 대원들은 국회 정문에서 30분가량 몸싸움을 벌였지만 끝내 봉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단장은 부대원 15명 정도와 함께 건물 옆쪽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역시 국회를 지키는 관계자들의 거센 저항과 맞닥뜨리자 더 이상 작전을 진행하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때마침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 단장은 4일 오전 1시 8분쯤, 사령관 보고를 거쳐 대원들을 철수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향한 방첩사령부에서도 혼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방첩사 수사단장인 김대우 준장은 지난 3일 계엄 발령 전 수사단 100여 명을 소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지시를 내렸다. 최모 소령 등이 이에 따를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김 단장은 대원들을 강압적으로 버스에 태워 출동시켰다. 이 의원은 "(방첩사 지휘관들이) 임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부대원들에겐 폭언하며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첩사 부대원들도 작전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출동해 '서버 확보'를 지시받았다. 하지만 일부 부대원들은 이를 불법적 지시라 판단해 작전 수행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대원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시간을 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정당한 지시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휴게소에서 차를 돌려 복귀한 방첩사 간부 등 명령 불복종 사례들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다"며 "선관위에서 서버를 비롯해 반출된 물품이 없었던 것은 상부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한 부대원들의 소극적 행동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