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5년 사라 장 "바쁘고 복잡했던 예전보다 연주 즐겨요"

입력
2024.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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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 13개 도시 리사이틀

"이 세상에서 무엇이 돌아가든 저는 음악가로서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5년 만의 전국 리사이틀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의 보잉(활 긋기)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음색은 풍부했다. 사라 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람스의 'F.A.E. 소나타'와 카를로스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자'를 연주한 뒤 혼란한 시기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라 장은 '미스 디셈버(12월)'라는 별칭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겨울이면 한국 공연을 열어 왔다. 직전 공연은 2022년 12월 후배 음악가들과 함께한 비발디 '사계' 협연. 올해 12월은 예년과 전혀 다른 환경이 됐지만 그는 "개인 삶에 바쁜 일이 있을 때도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순간 순수해진다"며 "(무대에 섬으로써) 마음 편하게 (곳곳을) 다닐 수 있어 고마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2년 만의 한국 무대지만 리사이틀은 5년 만이다. 서울을 비롯해 울산, 대구, 부산, 광주 등 13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서울 공연은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브람스와 프로코피예프 작품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브람스의 'F.A.E. 소나타' 와 그의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인 소나타 3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사라 장은 "브람스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곡가"라며 "브람스는 마음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로 해도 괜찮다는 자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청중과 에너지 공유할 때 마법처럼 기억 남는 연주"

1990년 9세에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협연자로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데뷔한 사라 장은 내년이면 데뷔 35년이 된다. 그는 40대가 된 지금 음악을 더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 시작해 엄마, 아빠, 매니저, 과외 선생님과 바쁘게 다녔는데 지금은 같이 연주하고 싶은 오케스트라, 듀오 파트너와 사랑하는 레퍼토리를 짜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며 "큰 연주홀,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것 이상으로 청중과 함께 에너지를 느끼는 연주가 마법처럼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하게 주고받으며 연주하는 곡을 좋아한다"는 사라 장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10년간 함께 연주한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와 무대를 꾸민다. 그는 "줄리아드 음악원을 함께 다니던 시절에는 친구가 아니었지만 호흡이 잘 맞고 함께 여행하기에도 재미있는 친구"라고 엘리잘데를 소개했다.

'음악 신동'은 수시로 출현하지만 '신동 징크스' 없이 꾸준한 기량으로 오래 연주 활동을 이어가는 음악가는 많지 않다. 사라 장은 30년 넘게 경력을 이어 온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선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정경화가 친절한 조언으로 국제 음악계에 대해 눈을 뜨도록 시야를 넓혀 줬다고 한다. 사라 장은 “외국 학교에서, 콩쿠르에서 한국을 빛내 주는 젊은 한국 연주자들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다"며 "한국 출신 음악가들끼리 똘똘 뭉쳐 한국의 국제적 주목도를 높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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