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개념 없는 놈, 쟤 빼!" 합참의장 질타... 현장 병력은 컵라면 먹으며 시간 끌어

입력
2024.12.09 16:25
"편의점에서 라면 먹으며 대기..."
선관위 출동한 방첩사 부대원들
불법 계엄 부당 지시 소극적 저항
김용현, 대북 원점 타격 지시
반발한 김명수 의장에 폭언 의혹도
합참 "타격 지시도, 폭언도 없었다"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군인들의 모습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일지라도, 반헌법적 계엄 지시에 따르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항에 나섰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다양한 방식으로 계엄 지시에 불복한 방첩사 간부, 부대원들이 있었다"며 제보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국군방첩사령부는 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현장 출동한 주력부대다.

이들은 선관위 출동 전후 내내 지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김대우 방첩사령부 사단장은 계엄 발령 전 수사단 100여 명을 소집해 선관위 진입 관련 임무를 하달하던 중 최모 소령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마구 구타한 뒤 강제로 버스에 태워 선관위로 출동시키며 서버 확보를 지시했다고 한다.

상관의 강압에 의해 출동했지만 부대원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선관위 도착 후에도 불법적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등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방첩사 군인들이 이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국회에서는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고, 선관위에 출동한 군인들은 속속 빠져나왔다. 이들의 용기 있는 불복종에 선관위 진압작전은 소득 없이 끝났다.

이 의원은 "선관위에서 서버를 비롯해 반출된 물품이 없었던 것은 상부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한 부대원들의 소극적 행동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불법 계임 지시를 강요했던 김대우 수사단장은 전날 직무정지를 위해 분리 파견 조치됐다.

이 의원은 "국회 출동 현장에서 명령을 거부하다 폭행당한 방첩사 수사단 모 소령, 선관위로 출동명령을 받고 이동 중 정당한 지시가 아니라 판단해 의왕휴게소에서 차를 돌려 복귀한 방첩사 간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직후 사령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합수단원 전원 철수 지시를 내린 합수본부 설치 부서장 등 계엄 명령 불복종 사례들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다"며 "대다수 부대원들은 사령관에 대한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불법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를 거부한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장에게 "개념 없는 놈, 쟤 빼"라고 폭언했다는 내용도 추가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장관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도해 국지전 충돌에 따른 비상계엄 실시를 도모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김명수 합참의장이 이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이 의원이 이날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계엄 선포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밤 북에서 32번째 오물풍선 남하 공지를 받은 김 전 장관은 합참 전투통제실로 내려가 김명수 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김명수 의장이 '이제까지 국방부 대응 원칙과 다르다, 원점 타격은 잘못하면 국지전으로 갈 수 있다, 민간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반대하자 김 전 장관이 강하게 질책하며 폭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 김명수 의장이 패싱됐는데, 여기서부터 틀어졌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맡는 게 보통이다. 합참 작전본부 계엄과에서 계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당시엔 육사 출신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전격 임명됐다. 이 의원은 "김용현 입장에선 자신의 지시에 사사건건 딴지 걸지 않고 말 잘 들을 수 있는 육사 출신 계엄사령관이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합참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11월 28일 북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 상황에 김 전 장관이 (합참) 전투통제실에 방문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의 원점 타격 지시도 없었고, 김 전 장관으로부터 관련 폭언을 들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