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올해 노벨물리학·화학상 수상자들이 7일(현지시간)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드러냈다.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력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는 물론, AI를 제대로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이날 '초인적 AI'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과거에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 시기가 먼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개발 속도를 보면 5~20년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어떻게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일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에서 7일 진행된 물리학·화학·경제학상 수상자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이었다.
힌턴 교수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초를 확립한 공로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미국 빅테크 구글을 그만두며 '언젠가 기계가 사람보다 똑똑해질 것'이라는 경고를 던지기도 했다. 홉필드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도 힌턴 교수 의견에 동조했다. 허사비스 CEO는 "나의 열망은 언제나 과학적 발견에 기여하는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AI를 통해 질병, 에너지, 기후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돕는 훌륭한 도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I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기술 중 하나일 것이기에 위험성을 매우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I 모델 '알파고'를 만들어 '알파고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허사비스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폴드'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딥마인드 연구원인 존 점퍼 등과 함께 노벨화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AI 규제 필요성 언급도 나왔다. 힌턴 교수는 특히 AI 기술이 적용되는 '치명적 자율 무기'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이스라엘 등 주요 무기 공급국들 사이에서 (AI 발전으로 인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에 대해 더 일찍 생각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도 부연했다. 허사비스 CEO는 "몇 년 전 논의한 규제 방안이 지금 논의할 만한 규제가 아닐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빠르고 유연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