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에 직면한 이후 의사계가 의대 증원 계획을 뒤엎기 위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란 사태와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을 연계하긴 어려운데도, 국정 혼란을 틈타 의대 증원 백지화를 노리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은 야당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내란 사태와 무관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서울 양재동 한 빌딩 앞에서 시국선언 대회를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이 벌여 놓은 의대 증원, 의료 개악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총장들을 향해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요구하면서 “윤석열의 부역자로 남을 것인지, 교육자로 남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전의비는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윤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했던 윤봉길의사기념관까지 행진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성명을 통해 “정부 정책 참여와 자문 거부”를 선언했다. 또 “윤석열의 독단적 판단으로 증원된 입학 정원은 철회돼야 한다”며 “향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어 “의대 교육 파행은 경쟁적으로 증원을 추진한 대학 총장에게 있다”며 “증원 관련 업무 수행이 전공의와 학생 복귀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올해 2월 집단 이탈 이후 처음으로 거리에 섰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집회를 열어 의대 모집 중단, 의료개혁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48시간 내 전공의 복귀’ 명령과 ‘위반 시 처단’ 경고가 담긴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분노하며 “권력의 변덕에 따라 처단당해 마땅한 직업이 있냐”고 반발했다.
의사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6일 수능시험 성적이 나왔고 각 대학들은 13일까지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달 말 정시모집도 시작된다. 의사들이 요구하는 의대 모집 중단이나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
의료개혁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아예 백지화되거나 좌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단체가 전공의 처단을 언급한 포고령을 문제 삼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철수했지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은 47개 병원 중 44개가 참여해 순항 중이고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도 완성 단계다. 다만 개혁안 발표 일정은 이달 말에서 다소 연기될 가능성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논의 상황을 보면서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며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