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검사 출신으로 대단히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검사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 전 고검장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엄조치는 비례 원칙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례의 원칙은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해도 적절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침해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 원리다. 과잉 금지의 원칙으로도 불린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비상계엄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김 전 고검장은 이런 발언에 대해 "아무리 이익형량(서로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하고 판단해 결정하는 일)을 해봐도 국회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적법한 대응이라고 절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한 점도 비판했다. 김 전 고검장은 "법은 국민의 평균 상식에 일반적으로 부합한다"며 "위법한 행위는 사과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참여 수사기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적법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고 결기 있게' 법적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수사기관 간 소통도 긴밀해야 하고, 탄핵 일정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다만 국회를 향해서도 "국회의 위헌적 권한 남용 또한 그대로 법과 절차에 따른 심판, 국민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더딜지는 모르나 법은 그렇게 작동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김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 사례처럼 검사들이 퇴임 후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검사의 DNA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검사들의 퇴임 직후 정치 참여는 향후 금지해야 한다"며 "자의든 타의든 정치에 물들어 있는 현재 검찰의 상황에 비춰보면, 적어도 10년 이상 구성원 그 누구도 여의도 정치에 발 들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3년에서 5년이 이상적이라 생각했으나 정치로부터 오염된 조직이 바뀌는 데 5년 이상의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등을 지낸 '특수통'이었다. 대검 대변인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서울북부지검장과 대구지검장을 지내고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가 사법연수원 2기수 후배인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지명된 뒤 사직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