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주식 거래는 1668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 기업 공개(IPO) 같은 현대 주식 시장 요소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통해 처음 시행됐다. 주식 시장은 1700년대 후반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등장한 후, 1792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등장한다. 1817년 뉴욕증권거래소는 보험, 은행, 석탄 회사 주식을 거래하기 전까지는 주로 국채와 은행 주식을 거래했다.
주식시장은 시대의 기술을 반영해 왔다. 1900년대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은 석유, 철도, 플라스틱, 자동차, 전화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과 궤를 같이했다. 이후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지금의 인공지능(AI) 혁명이 주식시장에 내포돼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우존스지수는 1896년 세계 최초로 출범했다. 이듬해인 1897년 지수 발표 이후 첫날 40.95로 시작한 후 지수는 45,000.0이란 사상 최고가를 올해 썼다. 초기에 12개 종목으로 시작했으나 1928년 30개로 확대했다. 가장 최근까지 남아있던 주식으로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유일했으나 2018년 6월 퇴출당하였다. 1928년 합류한 엑슨모빌이 현재 다우지수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이다. 다우지수 기준으로 평균적인 기업 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971년 2월 출범했다. 이하 세계 시가총액(시총)의 역사를 분석하고 우리 주식시장에서의 함의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첫째, 미국에서 1926년 이후 시총 1위를 차지한 기업은 14개에 불과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IBM, 시스코, 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기업, 발명왕 에디슨이 세운 가전업체 GE,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 모터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 유통업체 월마트, 통신회사 AT&T, 담배 필립 모리스의 모기업 알트리아, 화학회사 듀폰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시가총액 1위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것이 보통이나 일본 최대 통신사업 기업인 NTT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1위를 기록한 예외도 있다. 1988년 당시 세계 시가총액 1위 NTT는 2위 IBM의 3배가 넘었고 서독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에 맞먹었다. 이때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2,023억 달러로, NTT 시가총액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버블 시대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은 포스트 석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정책에 기초한 것이다. 지나친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부동산, 관광업, 스포츠, 비디오게임 등 서비스업 위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려 한 혁신의 결과물이었다. 2008년 중국 페트로차이나의 주가가 상장과 더불어 시총 세계 1위 타이틀을 쥐기도 했다.
둘째, 신기술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시총 1위의 왕관을 쓰고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아이폰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왕좌에 오른 뒤 MS, 엔비디아에 시총 1위를 빼앗기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2018년 클라우드 열풍과 2023년과 2024년 AI 열풍으로 애플은 왕좌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최근의 AI 열풍은 애플이 AI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시총 1위에서 물러나게 할 환경이다. MS는 AI 열풍을 주도한 거대언어모델(LLM)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AI 주도주로 급부상하며 2023년 시총 1위에 잠시 등극하기도 했다.
셋째, 명품 패션 산업으로 시총 순위가 정해진 유럽 증시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유럽 시총 1위로 등극한 기업이 있다. 비만 치료, 당뇨약으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명품 패션 산업에 편중된 유럽 증시 시총 10위권에서 유일한 제약사다.
이 회사의 비만 치료제 인기는 북유럽의 소국인 덴마크의 경제적 위상마저 바꿔 놓았다. 노보노디스크의 수출 호조로 유로화 대비 덴마크 통화인 크로네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덴마크 중앙은행은 금리를 유럽 중앙은행보다 낮게 유지해 크로네를 약화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 열풍이 덴마크 금리 향방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넷째, 역사상 가장 먼저 시총 1조 달러를 찍은 것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다. 2007년 11월 중국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첫날 시총 1조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테크 기업으로 가장 먼저 시총 1조 달러를 기록한 곳은 애플이다. 쇠락하던 MS는 2019년 6월 미국 기업 중 세 번째로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했다. 2014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클라우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2023년 반도체 기업으로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에 오른 엔비디아는 그해 말 1일 천하의 시총 1위를 누렸다. 2024년에도 애플과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시총이 3조5,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1위를 한 것이다. 9,266일(약 25년 4개월). 이는 엔비디아가 상장 이후 시가총액 3조 달러 고지를 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엔비디아 외에는 현재까지 MS와 애플만 3조 달러 클럽에 속했다. 상장 이후 3조 달러가 되기까지 MS(37년 10개월 11일), 애플(42년 6개월 18일)보다 시간이 훨씬 짧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1998년까지 한국전력이 시총 1위를 기록했다. 1999년 KT가 인터넷 붐을 타고 1위에 등극했다. 이 당시 세계는 닷컴 열풍에 빠져 있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장악하며 단번에 빅테크 반열로 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시스코다. 인터넷 기초 인프라 구축 붐이 일며 시스코의 주가는 급격히 치솟았다. 1990년과 2000년 IPO 사이에 1,000배 이상 증가했다. 잠시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군림했으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붕괴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중단되자 시스코의 매출 구조가 흔들렸다. 2000년 3월 MS를 잠시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라섰으나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삼성전자이다. 단 한 번도 삼성전자를 넘은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미국과 큰 차이라고 하겠다. 10년 전까지 삼성전자에 대적할 반도체 회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반도체 회사에 등극했다. 2012년에는 전 세계 IT 기업 시총 5위에 오르며 애플, MS 같은 세계적 기업과 반열을 같이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엔비디아나 대만의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는 삼성전자급이 아니었다. 2017년 삼성전자의 세계 시총 순위는 페이스북에 이은 10위로 아시아 기업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2021년 1월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여 시총 세계 1위의 역사를 썼다.
삼성전자의 질주가 한동안 이어졌으나 이제 세계 시총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TSMC의 주가 상승으로 대만 시총이 우리나라 시총보다 높게 됐다. 대만 증시에서 TSMC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 그 이상이다. TSMC 시총은 대만증권거래소 전체 시총의 약 30%를 차지한다. 7월 이후 국내 증시가 끝을 모를 하락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는 4만 전자의 수모를 겪고 10조 원의 자사주 구매를 발표했다.
올해 우리 증시는 세계적인 추이와 달리 하락으로 치달았다.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이 암울하지만, 주식시장에는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기업 이익 상승, 정부의 밸류업 정책, 주주 이익을 향한 법률 개편, 수급 악화 탈피를 통해 비상하기를 희망한다. 박스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강력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