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소(小) 용량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20세대가 휴대성도 좋고, 싼값에 다양한 제품을 써볼 수 있는 미니 제품을 선호하면서다. 이에 여행용 아이템 정도로 소용량 제품을 주로 다루던 화장품 업체들도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이소는 올해 1~10월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0%, 130% 늘었다고 18일 밝혔다. 다이소에서 파는 화장품은 시중 제품보다 용량을 줄이고 가격은 5,000원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브랜드몰에서 50ml에 3만 원 넘게 파는 브이티(VT) 리들샷은 다이소에서 2ml 스틱형 파우치 6개 묶음으로 3,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다이소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애경산업이 10ml 다이소 전용 소용량 제품으로 8월 출시한 '에이솔루션 어성초 칼라민 진정콕 스팟(3,000원)' 또한 출시 이후 1~3차 공급 물량이 완판됐다. 이에 에이솔루션 브랜드의 3분기(7~9월) 다이소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 전용 제품으로 출시한 ‘로지-히알론 리퀴드 마스크’ 또한 매장에 진열하기 무섭게 품절되고 있다. 이 제품도 2ml 스틱형 파우치 6개 묶음으로 3,000원에 판매된다. 온라인에서 80ml에 2만 원 정도에 판매 중인 ‘마몽드 리퀴드 마스크’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라고 한다.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끄는 곳은 다이소뿐만이 아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10월 파우더워시 제품 매출은 1년 전보다 55.8% 늘었다. 가루 형태의 세안제인 파우더워시는 소량의 클렌징용 분말 가루가 1회 분량씩 개별 포장돼 있다. 개별 포장이라 위생적이고 휴대성이 좋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도 미니 제품이 인기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10월 미니 틴트, 미니 쿠션 검색량은 1년 전보다 각각 10.3배, 7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의류 쇼핑몰 에이블리에서도 소용량 화장품 거래액이 30% 증가했다.
미니 뷰티템이 돋보이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먼저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비교적 적은 돈으로 다양한 화장품을 써보기 위해 소용량 제품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20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화장품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어 10대들이 소용량 제품을 짧게 쓰다가 유행이 바뀌면 바로 다른 제품으로 갈아탄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소용량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접근성이 높고 1020이 많이 찾는 편의점이다. CU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등 제품 3종을 판매하고 있다. 용량을 3분의 1 이상 줄이는 대신 가격을 3,000원으로 맞췄다. GS25도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힐과 손잡고 워터마이드속보습패드(2입)와 티트리트러블패드(2입)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100매입 대용량 제품을 편의점용으로 내놓은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