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외신들도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한국 정치권 혼란을 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고 결국 투표불성립으로 탄핵안이 폐기된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들 매체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도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을 넘기지 못해 재차 부결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BBC는 이날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국회 본회의 상황을 실시간 통역하며 생중계하기도 했다. NYT와 BBC 인터넷 홈페이지 상단에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관련 보도가 종일 올라왔다.
앞서 외신들은 이날 오전에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는 "여당 대표인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담화 직후 나온 여야 대표의 반응도 잇따라 내보냈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한동안 혼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 등은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여당 의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추가 탄핵안 발의 예고를 언급, "윤 대통령의 퇴진을 두고 한국의 여야 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 언론들은 이번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배경도 상세히 설명했다. 가디언은 "최근 몇 달 동안 지지율이 하락한 윤 대통령이 3일 저녁 긴급히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한국 국민들에게 충격과 불안을 안기며 민심이 크게 악화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 컸다"며 "윤 대통령의 인기는 주가조작 사건,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들 매체는 이날 열린 국회 앞 대규모 촛불 집회도 언급했다. NYT는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며 "붐비는 인파로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열차가 서지 않고 통과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이 투표 거부를 위해 표결에 불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거리에 남아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있다"고도 했다.
BBC도 "집회 현장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의 한국어 버전이 흘러나왔다"며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탄핵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계속 거리로 나올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맞불 집회도 열리는 등 한국의 강력한 시위 문화가 서울 전역에서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