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폐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고개 숙인 대국민 담화가 주효했다. 탄핵안 표결 자체를 '보이콧'하며 본회의장 밖으로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행동으로 의결 정족수에 못 미쳐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2차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횡포에 분개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투표에 불참했다. 그 결과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숨죽여 지켜본 탄핵 표결치고는 허무한 결과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국회를 통과한다. 하지만 투표 참여 의원은 범야권 192명을 포함해 195명에 그쳤다. 국회법은 이런 경우 개표하지 않고 상정된 안건을 폐기하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범죄자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는 진영 논리에 맞춰 한데 뭉쳤다. 표결에 앞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택했다. 국민의 분노는 아랑곳없었다.
'꼼수' 표결에 야당은 분개했다. 제안 설명에 나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하나씩 거론하며 본회의장으로 "어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지켜보던 야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호명할 때마다 따라서 외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안 표결 3시간이 지난 오후 9시20분까지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여당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우 의장은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표결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투표 불성립이란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지 않게 꼭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투표 불성립 사례는 역대 5차례에 불과하다.
자리를 지키던 안철수 의원이 여당에서는 가장 먼저 투표했다. 이후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차례로 본회의장에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지만 그 뿐이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들어오라"는 민주당과 "개개인 의사표현을 방해한 적이 없다"는 국민의힘은 실랑이를 벌였다.
앞서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한 대표가 일단 정국 주도권을 잡았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냈다. 다만 이날도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 대표는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정국 수습책을 논의했다. 탄핵을 무산시킨 만큼 하야는 어림도 없고, 이제 남은 건 임기단축 개헌이 유력한 조기 퇴진 방식으로 꼽힌다. 반면 최장 110일이 걸려 너무 늦다. '시간 끌기'로 의심받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곧장 2차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임시국회를 열고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한민국의 리스크이자 내란 사태 주범의 대통령직 배제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탄핵이 될 때까지 책임을 물을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역 행위에 동조하는 것도 반역 행위"라며 "국헌문란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면 정당해산 사유"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탄핵에 반대한 국민의힘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