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6일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제3자 개입 가능성' 때문이다. 손 검사장과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간 텔레그램 메시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황 증거만을 토대로 공모했다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오히려 대검찰청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문건이 김 전 의원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정재오)는 6일 김 전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자료의 작성 과정에 손 검사장이 관여했으며, 그가 이를 누군가에게 전송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인정했다. 검찰 인터넷주소(IP) 검색 기록과 고발장 내용·형식 등을 종합하면, 손 검사장이 속하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해당 문건을 만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을 직접 보낸 것인지를 두고는 2심과 1심 판단이 엇갈렸다. 앞서 1심은 △조씨가 받은 메시지 상단에 '손준성 보냄' 표시가 있고 △18개에 달하는 메시지가 다른 이를 거쳐 김 전 의원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례적이며 △김 전 의원이 조씨에게 발신자를 손 검사장으로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결론이 모두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봤다. △'손준성 보냄' 표시는 최초 전송자가 손 검사장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으며 △텔레그램 메시지들을 그대로 재전송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간단하고 △애초 수사기관이 손 검사장 휴대폰 포렌식과 김 전 의원의 과거 휴대폰 확보에 실패해 '직접 증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입증 책임’에 관한 1심 법원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1심에선 “제3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불이익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손 검사장에게도 ‘증명 부담’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선 피고인이 제출한 근거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결론 내렸다.
2심에선 대신 유력한 제3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사건을 정리하고 윤 대통령 장모 입장에서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취지로 수사단계에서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총선에서 범민주당 인사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고발장 취지를 감안하면,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이 '고발 사주' 범행을 공모할 대상자로도, 손 검사장보다는 윤 대통령 등 검찰 상급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 외에 특별한 친분이 명확히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김 전 의원이 자신보다 기수가 높거나 검찰에서 상사·선배,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에게서 부탁을 받은 게 더 자연스럽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사이의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으면서 손 검사장은 혐의를 벗었지만, 윤 대통령 등이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관여자로 새롭게 지목됐다. 재판부는 이날 "법률에 위배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손 검사장)이 이 사건 각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