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던 주요 법안이 '올 스톱(stop)' 상태에 놓였다. 당분간 법안통과는 물론 논의 진전도 장담할 수 없어 여러 금융정책이 표류할 전망이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 대부업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었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만큼 예정대로라면 이번 달 정기국회에서 무리 없이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번 정기국회 종료일자는 이달 10일이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되는 것으로, 국내 경제 위상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불법 사금융을 막기 위해 대부업의 자기자본 요건을 대폭 높이고,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정 최고이자율(20%)을 초과해 이자를 수취하는 경우 계약의 효력이 제한되고, 이자약정 60%를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 모두가 무효화된다. 모두 민생과 긴밀하게 연결돼 효력 발효가 시급한 법안들이다.
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빛을 보기 어려워졌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3일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리적인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상법 개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정부 관계자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계엄·탄핵 사태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가뜩이나 약발이 먹히지 않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옅어지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대기 중이다.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사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제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합의가 끝난 민생법안은 국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기만 하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국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