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재조명하는 윤 대통령… ①김건희 ②예스맨·측근 기용 ③애주가

입력
2024.12.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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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김건희 여사 논란에 지지율 급락"
아사히 "촌탁 분위기 형성된 대통령실"
"기시다와의 술자리, 김 여사 큰소리에 끝"

일본 언론이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재조명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측근을 요직에 기용하며 정권을 운영한 탓에 지금의 혼란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NHK는 6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진 한국 정치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NHK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임기 반환점을 돌았지만 정권 운영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NHK는 "명품백 수수 의혹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총선 공천 개입 문제 등 잇따른 김 여사 관련 논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국회가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가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비판 여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측근 요직 배치와 직언을 하지 않는 '예스맨'을 기용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윤 대통령이 모교인 서울대 동문을 요직에 기용한 취재 내용을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고위 관료에게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서울대 동문의 근황을 물었고, 해당 인사는 동문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대학 동문은 이후 한 정부 기관 수장으로 임명됐다.

아사히는 "(한국 대통령실은) 이러한 촌탁(忖度·상대의 마음을 미루어서 헤아림)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감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주변에 비상계엄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직언할 인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의 한국 정치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NHK에 "'예스맨'들이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보니 대통령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된다"며 "대통령의 사고가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애주가라는 점도 다뤘다. 외교 활동 중에도 술이 빠지지 않는 점이 윤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지난해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에 방문한 윤 대통령은 당시 일본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김 여사 덕분에 겨우 끝났다. 아사히는 "윤 대통령은 애주가로 알려졌다"며 "당시 기시다 전 총리와의 술자리는 김건희 여사가 목소리를 높이자 끝났다"고 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