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작전? 사령관 지시 이상해 실탄 분배 안 해"... 계엄군 현장 지휘관의 증언

입력
2024.12.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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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곽종근 특전사령관 지시로 준비 태세"
"임무는 국회 내 사람들 빠져나가게 하라"


"특전사령관의 지시가 이상했다. 그래서 실탄을 불출하지 않고 현장 지휘관이 갖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3일 밤 완전무장 상태로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을 이끈 여단장, 특임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마저도 '대북 임무'인 것으로 알고 작전에 투입됐다. 올 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한남동 공관 멤버'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2일 "북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예하 부대에 말했다고 한다. 다만 현장에서 이상함을 느낀 지휘관들은 실탄을 부대원들에게 불출하지 않았다. 이들의 판단이 더 큰 화를 면한 셈이다.

6일 특전사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일부 부대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긴급 담화를 시작한 3일 오후 10시 30분을 기해 임무를 받았다. 출동 당시 곽 사령관으로부터의 지시는 "국회로 가서 국회 안에 있는 사람을 바깥으로 다 빠져나가게 하라는 것." 실탄은 대대장과 지역대장 선에서 갖고 있으라는 지시도 더해졌다.

사전 조짐은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2일 월요일, 인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남수단 파병부대인 '한빛부대 19진' 파병환송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곽 사령관은 일부 예하 부대 지휘관들에게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랬기에 3일 비상계엄 당시 병력 투입 장소가 '국회'라는 것을 듣고 일부 현장 지휘관들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반신반의하며 국회에 도착한 특전사들을 맞은 것은 시민들과 국회 보좌진들이었다. 이에 한 지휘관은 현장을 보고 파악한 뒤 실탄은 물론이고 공포탄도 불출하지 말라고 지시한 뒤, 자신이 소지했다. 또 상황 파악을 위해 선발대 30명을 먼저 보내 동태를 살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민간인들과는 절대로 접촉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후 후발대는 국회에 진입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계엄령 해제 이후 철수 명령이 떨어져 복귀를 했다는 게 현장 지휘관의 증언이다.

전날 국방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회 경내 진입한 계엄군에 실탄과 기관단총이 지급됐고 현장에 저격수도 배치됐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따져물었다. 김선호 국방차관은 이 자리에서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실탄 지급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군내 최정예 훈련을 받은 특전사에서 한순간 '계엄군'이 되어버린 군은 물론, 대대장·여단장급 지휘관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5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 등에 출석하려 했지만, 전날 "김 장관이 출석해서 다 이야기할 테니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도 한다. 이후 전말이 소상히 밝혀질 줄 알았지만, 김 전 장관은 회의 직전에 면직되는 꼼수로 국회 출석을 피했다. 군 내부에서는 "1980년 광주 오명을 씻기 위해 군이 얼마나 노력해왔는데 선배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전역을 입에 올리는 이들도 나온다고 한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