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은 미화되는 게 많잖아요. 때론 그 판타지가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관계 속엔 분명 어두운 면이 있죠. 그 어두운 면에 끌리더라고요. 제가 보기보다 어두워서 그런지 몰라도요, 하하하."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공유(45)는 사랑과 결혼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에서 한정원 역을 맡아 기간제 결혼 서비스업체 직원인 노인지(서현진)와의 계약 결혼을 통해 사랑의 그늘을 보여줬다. 앞서 그는 평범한 여성이 일과 육아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에서 주인공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 역으로 출연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과 '도깨비'(2016~2017) 등 그간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역을 도맡았던 것을 고려하면 180도 달라진 연기 행보다.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트렁크' 등으로 배우로서 틀을 깨기 전 공유는 슬럼프를 겪었다. '도깨비'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직후 그는 2년여 동안 작품 출연을 고사했다. 2016년 '도깨비'를 비롯해 영화 '남과 여' '부산행' '밀정' 등 네 작품을 쉼 없이 촬영하며 '탈'이 난 탓이었다. 1999년 모델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그는 "그간 쌓였던 피로와 연기에 대한 매너리즘이 화산 폭발하듯 터졌다"며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발버둥쳤고 결국 시간이 해결해줬다"고 옛일을 들려줬다.
성장통을 치른 공유는 '트렁크'를 촬영하며 "연기하는 재미를 되찾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의 가치관도 변했다. 그는 공상과학(SF) 영화 '원더랜드'(2024) 등에 주인공이 아닌데도 출연했다. 공유는 "내가 어떤 배역으로 나오는지보다 어떤 얘기를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트렁크' 속 카메라에 잡힌 '얼굴 주름'도 반겼다. 그는 "배우로서 연기를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늘어 늙어가는 게 싫지 않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공유는 '트렁크'의 주제이기도 한 상대를 통제하려는 '소유의 사랑'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존재의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망설임 없이 들려줬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영화로만 봤던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된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고,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며 "비상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불안감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유는 오는 26일 공개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게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은 '딱지남'으로 다시 한 번 나온다. 그는 "시즌1에서 캐릭터 설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던 인물이 아니여서 시즌2에서 상상력으로 '딱지남'의 서사를 채우는 게 즐거웠다"며 "한여름 '탑골공원'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액션 장면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고 웃으며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