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가 쓴 동시에 젊은 작가의 그림···"온 가족 그림책"으로 [한국출판문화상]

입력
2024.12.07 04:30
13면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올해의 어린이·청소년 책 10종

편집자주

한국출판문화상의 65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분야는 역사적 사건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소재의 책이 골고루 호평받았다. 아동문학에 국한하지 않고 "온 가족 그림책(김지은 심사위원)"으로 부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멸치 다듬기'는 70대 작가의 동시(2019년 발표한 작가의 동명 동시가 원작)와 젊은 작가의 재치 넘치는 그림을 합작한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밤티마을 시리즈'는 지난 30년간 어린이 생활사를 작품에 녹여 온 저자의 노고가 돋보였다.

'세월 1994-2014'는 배의 1인칭 시점으로 세월호 참사를 어린이 독자에게 차분하게 전달했다는 데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안개 숲을 지날 때'는 선정작 중 유일한 판타지 그림책으로, 작가 특유의 작품 세계가 이번에도 돋보였다는 분석이다. '오늘의 할 일'은 환경 문제를 물귀신이란 기발한 소재로 풀어낸 점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공들여 그리는 화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도 주목받았다. 열세 살 아이들의 사랑을 다룬 '최악의 최애'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명작으로 평가됐다.

'우리 동네는 접경 지역'은 어린이들이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책으로 주목 받았다.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도 딥페이크, 챗 GPT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필수적인 어린이 실용서라는 평가다.

'여순 사건'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을 오일 파스텔로 겹겹이 눌러 표현한 '점옥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붕어의 눈으로 노래한 '행복한 붕붕어'도 작가들의 오랜 작품 세계가 응축된 걸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밤코 그림·문학동네 발행

멸치가 신문지에 누워 차례를 기다린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신문 속 세상으로 뛰어든 멸치. 발레리나로 무대에 오르고, 철새들과 섞여 하늘을 난다. 멸치가 여름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익살스럽다. '대가리 떼고 똥 빼고'를 돌림 노래처럼 흥얼거리다 보면 다듬기 노동이 놀이처럼 느껴진다.

▦ 밤티마을 시리즈(전4권)

이금이 지음·한지선 그림·밤티 발행

밤티마을 연작은 1994년 첫 출간된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을 시작으로 최근작인 '밤티마을 마리네 집'까지 30년간 큰 사랑을 받았다. 밤티마을에 사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지금의 시대상과 인권 감수성에 맞지 않는 표현을 수정해 전면 개정판을 낸 점도 의미 있는 지점이다.

▦세월 1994-2014

문은아 지음·박건웅 그림·노란상상 발행

세월호 참사 10주기, 배 '세월호'의 1인칭 시점으로 참사를 돌이켜보는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다. 1994년 일본에서 태어난 세월호가 한국 바다에서 운항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탄생과 침몰하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며 침몰의 원인을 짚고 아픔을 되새긴다.

▦안개 숲을 지날 때

송미경 지음·장선환 그림·봄볕 발행

세상 모든 어른이 갑자기 동물로 변한다. 열네 살 이상의 아이들만 원래 모습대로 집에 혼자 산다. 사춘기 소녀가 늑대 부부에게 입양 간 동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은 판타지 그림책. 익숙하면서도 기이하고, 쓸쓸하면서도 다정한 환상극이다.

▦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창비 발행

한 어린이가 어느 날 물가에서 막대기로 쓰레기를 건지고 있다. 검은색 비닐봉지인 줄 알았지만 걸린 것은 물귀신의 머리끝. 물귀신은 어린이를 물속으로 끌고 내려가 오염이 날로 심해지는 물귀신 마을을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생태와 환경 이야기를 물귀신이란 소재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리 동네는 접경 지역

진수경 지음·호랑이꿈 발행

학교를 오고 가는 길에 탱크가 지나간다. 밥을 먹는데 포탄 터지는 소리에 땅이 울린다. 군인들이 동네 곳곳에 북적거린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만 존재하는 '접경 지역'의 생생한 일상이다. 저자가 경기 연천으로 이주해 생활한 10년 동안의 일상과 감정을 아이의 시각으로 그렸다.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

김태권 지음·천개의바람 발행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는 희망적일까 절망적일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딥페이크, 챗GPT, 가짜뉴스, 알고리즘, 기계학습 등 AI 기술의 양면성을 다루고, AI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예시를 들어 쉽게 알려준다.

▦점옥이

오승민 지음·문학과지성사

언니와 인형 '점옥이'는 소꿉놀이 친구다. 언니는 언제나 오동나무 아래 점옥이를 위한 꽃밥을 차린다. "점옥아. 아~ 해야." 그런데 커다란 검은 새가 나타난 후로 언니가 사라졌다. 둘이 놀던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자랄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여순 사건이 할퀸 상흔을 인형의 눈으로 그렸다.

▦최악의 최애

김다노 지음·남수현 그림·다산어린이 발행

초등학교 6학년인 열세 살,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시기의 아이들이 사랑을 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랑은 '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초등학교 6학년 1반 아이들이 1년 동안 외모, 성격, 나이, 장애를 뛰어넘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어린이의 세계를 그린다.

▦행복한 붕붕어

권윤덕 지음·길벗어린이 발행

발 달린 물고기 '붕붕어'가 오염돼 버린 검붉은 물 밖으로 뛰쳐나온다. 사람들을 만나 생명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중력을 버티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찾은 곳은 붕어빵 노점. 붕어빵 틀에 뛰어든 붕붕어는 발이 달린 붕붕어빵이 되고, 이 빵을 한 입 먹은 사람들의 입에서 생명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송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