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의 직무가 5일 정지됐다.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통계조작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의혹' '북한 최전방초소(GP) 철수 부실검증' 등 진행 중인 감사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 원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탄핵 추진으로 국가 최고감사기구인 감사원의 독립성에 심대한 위해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탄핵안 표결은 재석 192명 가운데 찬성 188명, 반대 4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 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권한대행은 감사위원 재임 순으로 정한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가장 먼저다. 다만 그의 임기는 내달 17일까지여서 다음으로 김인회 감사위원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김 위원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12월 5일이다.
두 위원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야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휘두르거나 감사 착수·처분 등의 과정에서 결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위원회의 구도가 바뀌면서 감사 결과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릴 공산도 더 커졌다. 감사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7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과반수 찬성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의결한다. 현재까지는 조은석·김인회·이남구 등 야권 성향 위원과 이미현·김영신·유병호 등 여권 성향 위원 등 3 대 3의 팽팽한 대립구도 속 최 원장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위원회가 운영됐지만, 향후 6명 중 4명이 찬성해야만 의결이 가능하다. 한동안 감사원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다만 최 원장이 직무정지 직전인 지난 3일 조 위원의 후임으로 백재명 서울고검 검사를 새 감사위원으로 임명해, 내달 18일부터는 의결 구도가 다시 보수성향 우위로 달라진다.
감사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기존보다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감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가뜩이나 여야가 치고받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구성마저 흔들려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