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공쳤어요. 연말 장사도 걱정이죠. 마음 같아선 나도 촛불 들고 국회, 용산으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라니까."
4일 밤 9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먹자골목에서 만난 술집 사장 박모(56)씨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가게 안에 있는 식탁 40개 중 1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박씨는 "평소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계엄 선포 당일 밤이었던) 어제 최저 매출을 찍었는데 오늘은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비상계엄 후폭풍'까지 겹쳐 외식업계 한숨이 깊다. 자영업자들은 침체된 분위기가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까지 이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바운드(외국인이 국내 관광) 여행업계도 외국인 고객이 줄어들까 봐 노심초사다.
이날 밤 11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는 한산했다. 점포 12곳 가운데 3곳은 영업시간인데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거리를 오가는 시민도 한 시간 동안 10여 명에 불과했다. 김치찜 전문점을 운영하는 A(58)씨는 "재료비는 치솟고 임대료와 인건비도 오르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이 그런 말(비상계엄 선포)이나 하다니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내 전체 음식점 대비 폐업 점포를 뜻하는 폐업률은 4.1%다. 식당 100곳 중 4곳은 문을 닫았단 얘기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2020~2021년 평균 폐업률이 3.75%였으니 요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불황에 고통받던 자영업자들에겐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영등포구의 한 술집에서 일하는 김효식(42)씨는 원래 주 6일 근무를 했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 9월 말부터 주 5일로 변경했다. 그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심란하다"고 착잡해했다.
여행업계도 비상이다. 코로나19 이전 추세를 거의 회복했는데 비상계엄이 자칫 찬물을 끼얹는 악영향을 줄까 봐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관광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2019년 1,443만 명에서 이듬해 165만 명까지 떨어졌다가 서서히 늘어나 올해 1,127만 명(1~10월 기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 후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은 졸지에 여행주의국가가 돼 버렸다. 미국, 영국 등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이스라엘 외교부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여행사 팀장 B씨는 "아직 실제 취소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이틀 동안 '한국 위험한 거 아니냐'는 예약 손님 문의를 하루 종일 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여행, 관광엔 '자유'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게 제약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관광지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