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이 낮은 소상공인에게 올해 2,000억 원을 추가해 저리 대출 지원하기로 했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한 소상공인에게는 추가 대출을 공급하는 등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정부는 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애초 전날 예정됐던 이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3일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무기한 연기됐으나,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 이날 개최했다.
이번 방안은 윤 대통령이 앞서 2일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연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화하고 취약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선 '금융지원 3종 세트'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3종 세트란 △정책자금 상환연장 △저금리 대환대출(은행→정책자금) △전환보증을 말한다. 특히 상환연장의 지원대상을 확대했는데, 다중채무 기준을 금융기관 대출 3개 보유에서 2개로 낮췄고, 매출감소 기준도 전기 대비 10% 이상 감소에서 10% 조건을 없앴다. 또 1개월 이내 단기 연체자도 상환연장 대상에 포함했다.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에 대한 저리 대출자금은 올해 중 2,000억 원을 추가해 총 8,000억 원을 지원한다. 나이스신용점수(NCB) 개인신용평점 839점 이하인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첫 공급 규모는 4,000억 원이었지만 7월 3일 대책 때 6,000억 원으로 올렸고, 이번 대책에서 또 추가했다.
정책대출 이용자가 3개월 이상 성실하게 갚았다면 1,0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재도전특별자금'을 신규로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리는 정책자금 기준금리에 1.6%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한도는 7,000만 원에 5년 내 상환하면 된다. 또 성실 상환자에게 최대 3,000만 원까지 추가 보증을 지원하는 '전환보증 플러스 특례보증'을 신설해 공급하고, 상환 연장 후 성실히 갚아 신용점수를 회복한 소상공인에게는 대환 대출 시 신용점수 기준(NCB 919점 이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목표액을 10조 원으로 설정했다. 새출발기금은 빚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기금을 활용해 금융사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 원금을 일부 탕감해 주는 제도다. 2022년 10월부터 운영 중이며, 대상자에 대해 최대 15억 원의 원금을 최대 80%까지 깎아 주거나 상환 기간 연장, 이자 인하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소상공인 '생업 4대 피해'에 대한 구제·지원 방안도 마련된다. 4대 피해란 ①일회용품 사용 제한 ②불법 광고대행 ③과도한 노쇼(예약 후 무단 파기) ④악의적 리뷰·댓글 등이다. 사업자가 일회용품 규제를 준수했지만 고객이 변심해 사업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면책 행위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노쇼 피해는 구체적 위약금 기준과 부과 유형 마련 등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평소와 같이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정책과제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담당자들이 현장에 더욱 자주 나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민생정책에 세밀하게 반영하겠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계획된 연말행사 등을 그대로 진행해 주시길 부탁한다. 이것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책의 내용을 평가하기 앞서 정부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앞서 나왔다. 서울 용산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용문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박기준(56)씨는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소상공인 민생토론회와 대책 발표가 있었다"며 "비상계엄 때문에 정말 대책을 제대로 실행할 의지가 정부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불경기가 해소돼야 하는데 정부 대책은 '성실하게 빚 갚기'와 '대환 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상공인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작은 빵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42)씨는 "결국 돈이 돌게 만들어서 손님들이 지갑을 열면 해결될 문제"라며 "당장 빚이 부담되는 것도 있지만 빚을 또 다른 빚으로 해결하는 건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순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