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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영국 런던을 매일 공습한다. 영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대공포 반격과 등화관제 정도다. 민간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나 방공호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아이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골로 보내는 정책을 펼친다. 싱글 맘 리타(시얼샤 로넌)는 어린 아들 조지(엘리엇 헤퍼넌)를 런던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하지만 조지는 아무리 위험해도 엄마 옆에 있고 싶다.
조지는 시골행 열차에서 뛰어내린다. 런던으로 가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반대 철로로 오는 열차를 숨어 타면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어린 조지 생각대로 세상이 단순할 리 없다. 조지는 같은 처지 또래들을 만나 천진난만한 웃음을 폭약처럼 터트리나 곧 비정한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겨우겨우 런던에 진입하고도 집은 멀고도 멀다. 어리고 게다가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조지에게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가끔 다정하고 정의로운 어른들을 만나 집에 한 발짝씩 다가가나 악당들에게 발목이 잡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전쟁 중 런던 거리는 위험이 넘쳐난다. 밤에는 나치 폭격기들이 폭탄을 쏟아내고, 낮에는 범죄자들이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조지를 호시탐탐 노린다. 폭격을 피해 간 장소도 안전하지 않다. 조지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1812~1870)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1837)의 주인공보다 더 험난한 상황에 놓였다고 할까. 리타는 아들이 사라지자 애타게 찾으나 마땅한 방도가 없다.
조지가 의도치 않게 겪는 모험은 2차 대전 당시 런던의 풍광을 되살린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주택가, 군수공장에 동원된 리타와 또래 여인들의 모습, 런던 시민 대피소가 된 지하철 역에서 벌어지는 일 등이 화면에 펼쳐진다. 사회주의가 전쟁 시기 인류애를 강조하며 영국 민중을 파고들게 된 과정을 자연스레 보여주기도 한다.
전쟁은 무정을 넘어 비정하다. 특히 조지같이 순박하고 힘 없는 아이에게 더욱 잔혹하다. 영화는 80여 년 전 일을 묘사해내나 현재진행형 장면처럼 보인다. 보는 이 누구에게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화면에 포개질 듯하다.
조지는 영웅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는 영웅으로 대우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동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의 갈채보다 엄마가 만들어낸 따스한 수프일 테니까. 조지의 아찔한 모험은 근원적인 질문을 불러낸다. 과연 인류는 80년 넘는 시간이 지났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걸까. 영화는 감정적이지 않다.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기도 한다. 감독은 우리가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