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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청년 마츠 스틴이 죽는다. 25세 젊은 나이다. 부모는 슬픔에 잠긴다. 죽음은 어느 정도 예감했다. 퇴행성 근육질환 ‘뒤센’을 앓던 마츠는 어려서부터 얼마 살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마츠는 평생 휠체어에서 살았다. 연애는커녕 친구를 사귈 수조차 없었다. 부모는 누구나 누릴 기회를 마츠가 갖지 못한 게 한스럽다.
부모는 마츠가 유일하게 몰두했던 온라인 게임 관련 블로그에 부고를 올린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육신이 감옥이나 다름없던 마츠는 어떤 삶을 산 것일까. 부모의 예상과 달리 조의를 표하는 이메일이 밀려든다. 대부분 마츠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가족을 위로하는 장문이 담겨 있다. 부모는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친구 하나 없던 마츠가 여러 사람과 그토록 긴밀한 관계들을 맺어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마츠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총 2만 시간 정도 게임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 속 세상에서 그는 이벨린이라는 캐릭터로 살았다. 그는 게임에 접속하면 이벨린이 돼 30분가량 가상공간 속을 내달리고는 했다. 게임 밖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을 일상처럼 했던 거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이벨린은 게임 속에서 곧 ‘인싸’가 됐다. 그는 누군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듣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캐릭터 여럿이 모여 결성된 길드 ‘스타라이트’에 가입하며 이벨린의 ‘인간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다큐멘터리는 마츠가 게임을 하며 남긴 메시지들과 게임 속 이벨린의 행동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마츠의 삶을 재구성했다. 그는 가상공간에서 만난 여자를 짝사랑하며 첫사랑의 달뜬 감정을 체험했다. 캐릭터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그가 현실 세계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사랑과 우정이 담겨있었다.
마츠, 아니 이벨린이 마냥 착했던 건 아니다. 이벨린은 급작스레 심술궂은 행동을 하거나 싸움을 걸었다. 장애가 마츠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웠다. 마츠는 현실에서 사람들 만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죽은 이의 어두운 마음까지 되돌아본다는 점이 이 다큐멘터리의 비범함 중 하나다.
부모의 걱정과 회한과 달리 아들은 나름 행복했다. 마냥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본다고 슬쩍 잔소리도 했으나 마츠는 가족이 몰랐던 세상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뛰어놀았다. 마츠는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했으나 가상공간에서 그는 많은 이의 마음을 다독였고, 삶을 바꿔줬다. 그의 장례식에 국경을 넘어서 ‘친구’ 다섯이 조문 온 이유일 것이다. 마츠는 소원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