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천하로 끝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미스터리 중 하나는 손쉽게 국회에 무장 진입한 계엄군이 왜 국회의 계엄 해제안 표결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국회에 계엄군이 신속하게 투입된 건, 계엄을 무력화하는 본회의 표결을 막기 위한 것이고 실탄을 장착한 계엄군은 그럴 여력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계엄군의 태업 덕분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수뇌부가 현장에 투입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제707특수임무단(707특임단)에 정확한 작전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우왕좌왕했다는 점도 있지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긴급체포하는 것이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것을 인지한 장병들이 일부러 소극적으로 임무를 행했다는 추측이다.
실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미디어 몽구’ 라이브 방송 영상에는 전날 밤 국회 본청 진입 과정에서 계엄군과 맞서다가 밀려난 시민을 다독이는 계엄군들의 모습이 담겼다. 계엄군들도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임무에 투입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같은 날 유튜브 ‘TV허재현’ 채널도 계엄 해제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해산 과정에서 시민에게 여러 차례 허리 숙여 사죄하는 계엄군의 영상을 공개했다. 실제 저격수까지 동원된 계엄군 280여 명이 국회에 난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보좌진 등 시민의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의사당 내부에서 보좌진들이 소화기 뿌리며 저항할 때 계엄군이 그냥 진입하는 척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고, 시민들과 싸울 수도 없으니 하는 척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것을 보면 전력 차단이 작전의 기본이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국회가 표결도 못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특전사들이 애초 훈련받은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면 맨몸으로 저지하는 보좌진들을 5분 안에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모씨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요즘 젊은 군인들은 충분히 정치와 법을 잘 알고 교육도 잘 받은 사람들이라 국회의 의결을 방해하는 행위가 반헌법적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군인들은 최소한의 진입 시늉만 하면서 물리력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1분 1초 그들이 태업으로 시간을 번 결과, 국회는 정족수를 채울 정도로 의원을 모았고 침착하게 계엄을 해제하라는 만장일치 결의를 내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3일 오후 10시 25분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무장 계엄군은 4일 0시쯤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의 저항에도 불구, 소총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손쉽게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 2층 사무실 유리창을 깨부수고 내부로 진입했다.
0시 45분쯤 계엄군들은 본회의장 옆 복도까지는 수월하게 도착했지만 이후 계엄 해제안을 표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모인 본회의장 안까지 들어가진 않았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뒤늦게 도착한 국회의원들의 진입도 막지 않았다. 그리고 20분 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