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채 "윤석열 퇴진"... 시민사회·대학가 인내심, 임계점 넘었다

입력
2024.12.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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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려대 등 정부 퇴진 움직임
오후 6시부터 광화문·국회 '촛불집회'

"촛불 한 번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칩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4일 오후 6시 10분 서울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촛불집회엔 학업과 일을 마치고 달려온 시민 수백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날 밤 난데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저마다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서울 동대문구에서 이곳으로 왔다는 중학생 A(15)군은 "가족과 함께 비상계엄 과정을 지켜보며 분노했다"며 "집회에 꼭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대학가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은 캠퍼스 안팎에서 윤석열 정권을 꾸짖었고, 시민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대학 곳곳에서는 성토가 잇따랐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는 교수와 연구자 370여 명이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석열은 물러가라' 등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캠퍼스를 행진한 교수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파괴를 획책한 윤석열을 즉각 직무 정지시키고 탄핵하라"고 외쳤다. 또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 내란에 참여한 일당을 즉각 체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김건희와 그 일당이 전방위적으로 벌인 국정 농단을 철저히 규명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성명을 내고 "불의에 항거하는 4·19 민주 이념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캠퍼스 여기저기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 중구 동국대 캠퍼스에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 지금 즉시 물러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재됐고, 재학생 124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화여대 교수진, 서울과학기술대도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선언문을 냈고 건국대, 숙명여대 등도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노동조합 등 단체들의 날 선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9시 중구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상계엄 시도는 절차와 내용적 정당성을 결여한 반민주·반헌법적 폭거"라며 "윤 대통령은 불법적 비상계엄으로 스스로 탄핵과 퇴진 이유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중소상공인·노동·시민사회단체 역시 성명을 내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통령의 한밤 계엄선포로 환율, 증시 등 경제가 요동치고 있고, 불안한 마음에 소비시장도 잔뜩 얼어붙을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서현정 기자
문지수 기자
오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