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분산에너지특구) 공모가 다가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되면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사업자에게 곧바로 판매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지역 소멸을 막을 신산업 유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5일 전국 광역지자체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내년 초 분산에너지특구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구체적인 선정 시기와 조성 규모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 전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산에너지특구는 지난해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지정·고시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발전소 위치와 상관없이 한전으로 공급된 뒤 전국 각지에서 소비되는데, 특구에서는 특례가 적용된다. 에너지 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직거래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전력 수요가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이차전지 기업 등에 특구가 막대한 유인 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발전소 주변 지역은 저렴하게 전기를 쓰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가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인구 감소 등으로 경기침체를 겪는 비수도권에서 특구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눈치 싸움 속에 저마다 강점을 살린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전담 지원기구를 출범한 울산시는 발전 자원용 연료 직도입과 청정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산업단지 실현을 내세웠다.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가스 복합발전소가 이달 상업 운영에 들어가고, 2.8기가와트(GW)급 새울 원전 3·4호기가 2026년 준공되면 분산에너지 전원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강점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만 대의 전기차를 활용한 '신산업 활성화' 모델을 추진한다. 전기료가 저렴한 시간대에 '이동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전기차를 충전한 뒤 비싼 시간대에 전기를 꺼내 쓰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주변 산업단지를 연계해 안정적으로 분산에너지 자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 설치 예정인 태양광 발전소 등을 연결한 가상발전소(VPP)를 개발 중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 전국 1위인 전남도는 풍부한 인프라로 승부를 걸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안 8.2GW 해상풍력 단지, 여수 수소산업 클러스터 등이 예정대로 조성되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거나 저렴한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데이터 관련 대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북도는 3단계 대응 전략을 내놨다. 1단계인 분산 자원 인프라 시설 구축은 현재 진행 중이며, 이후 2단계에서는 전력 자립률 100%를 초과하고 전력계통 연계가 가능한 시군을 대상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계획 지역을 추진한다. 3단계는 조성 예정인 완주 수소 특화 국가산단과 연계한 신에너지형 산단을 특화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경북도는 '경북형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전략을 밀고 있다. 울진군 한울원전의 송전 제약 전력을 이용한 P2G(Power to Gas) 사업,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통한 전기·열 공급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산업단지에 LNG복합발전기나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력을 싸게 공급, 전력 다소비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