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령을 선언한 후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령을 직접 건의한 주체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장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김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95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예비역 중장이다. 현역 시절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거쳤으며, 군 내부 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 등도 역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았다. 당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실무 작업을 맡았다.
김 장관은 2022년 5월부턴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임명돼 2년 넘게 윤 대통령의 경호를 총괄했다. 그는 경호처장 재임 시기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정책을 비판한 정의당 소속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으며 강제로 끌어내는 등 '과잉 경호'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계엄 준비설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김 장관이 경호처장으로 재임할 당시인 2022년 11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서부터였다. 개정안은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 업무 수행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은 경호처 요원 700여 명과 1,300명의 경찰, 1,000명의 군병력 등 모두 3,000여 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이 경호처 권한 강화를 추진했던 명분은 사방이 트여있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지리적 특성상 경호 인력·장비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이를 비상령 선포 시 시민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보류됐다가, 지난해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를 넣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계엄 준비설은 이후 잠잠했다가 김 장관이 지난 8월 1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당시 야권은 김 장관이 경호처장 재직 시절 공관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중장)을 비롯해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이 모여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장관을 비롯해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댔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등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에 "청문회는 듣는 자리"라면서 "어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 선동하고 정치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거듭해 계엄 준비 등을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쏟아붓자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냐"며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단호히 일축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9월 2일 브리핑을 통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면 당대표직을 걸라"고 경고했다.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유튜브 'CBS 2시 라이브'에서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두 명인데 모두 충암고 출신"라며 "궁지에 몰리면 계엄 발의하기 쉬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든가 중간에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 구조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