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하루 넘긴 3일 여야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일방 처리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없으면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증액 예산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10일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이재명표 지역사랑 상품권 2조 원을 증액하기 위한 정부·여당 겁박용 꼼수”라고 규정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당초 예산안(정부안)을 ‘긴축 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4조 원을 추가 삭감해 더 긴축으로 처리했다”며 “확정 재정이 필요하다며 뻔뻔스럽게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몰염치한 연기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며 “얼토당토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민생,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 오라”고 반박했다. 정부여당이 예비비와 대통령실, 검찰, 감사원 등 특수활동비 삭감에 반발하는 데 대해선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도 없고 나머지 감액된 예산들도 민생 기업 경제 리스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를 비롯해 고교무상교육,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을 증액이 필요한 '민생 예산'으로 꼽는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본회의 전까지로 상정을 미뤘다. 하지만 양당은 여전히 냉랭하다.
추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처리한 예산 철회 없으면 추가 협상안에 대한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그러자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뭘 사과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것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며 “10일에 (감액안이라도) 통과시킨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삭감안대로 증액 없는 예산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이 커 막판에는 의견을 절충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여당이 감사원장 탄핵소추 등으로 격앙돼 있는 만큼 하루 이틀은 쉬어갈 것"이라며 "이번 주 안에는 의장이 양당 원내지도부와 접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