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2년 9개월이 지났다. 냉전 이후 최대의 국제적 사태다. 언제 끝날지 불확실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변수가 생겼다. 취임 후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했다. 미국 지원 없이는 전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장애물을 만난 셈이다.
전황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 지난 10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500㎢를 추가 점령했다. 202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7%가 러시아 수중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규모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북한군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이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데, 향후 종전 협상에서의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다. 러시아도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두고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내년 초 물러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부터 요구하던 것을 승인한 것이다. 그러자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쐈다. 다음 날에는 영국이 공급한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슈니크'를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 사거리가 5,500㎞ 정도로 러시아에서 발사하면 유럽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트럼프 제1기 정부 때인 2019년 미국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했다. 러시아는 이후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 이번에 선을 보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오레슈니크는 마하 10의 속도(초속 2.5∼3㎞)로 비행하고, 서방이 운용하는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을 겨냥해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보복할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푸틴은 지난달 19일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나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핵 교리 개정안에 서명했다. 핵 교리 수정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더 낮아져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2억7,500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쟁을 더 악화시켜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트럼프 당선자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키스 켈로그 전 육군 중장을 지명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한 임무를 맡겼다. 켈로그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종전 협상을 담당할 인물이 정해지면서 트럼프 2기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롭게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일부에서는 한다.
과연 바이든 정부의 지원으로 전쟁이 더 크게 확대될지, 아니면 트럼프 당선자 의도대로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지 세계가 주목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신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전해야 북미관계 개선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