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 주도하던 민주당 급제동... 한동훈 "국민 약올리나"

입력
2024.12.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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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통과돼 전체회의 상정 앞뒀지만
다시 법안소위서 공청회 개최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불과 3주 전만 하더라도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민주당 주도로 일사천리였지만, 법안 처리를 코앞에 두고 돌연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제기하면서 추가 심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법안의 완결성을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곧장 색깔론 공세로 맞받아쳤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2일 비공개 회의에서 간첩법(형법 제98조)을 전체회의에 곧바로 상정하지 않는 대신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소위 심사를 통과해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던 간첩법 개정안은 다시 소위로 되돌아오게 됐다. 아직 구체적인 공청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자연스레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법 개정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그러면서 법안 처리 연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에서도 (간첩죄로 인정되는) 국가기밀에 산업기술은 포함하지 말자고 하는 등 추가적으로 조정해야 할 조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내부에서 법 악용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있어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즉각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간첩죄 확대를 무산시킨다면 이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산업스파이 막는 간첩법 가지고 국민들을 약올리고 있다"며 "민주노총이나 민변 때문입니까. 진영 눈치보다 국익 버릴 겁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법안 심사 당시 나왔던 발언까지 도마에 올랐다.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법안1소위 회의에서 간첩법 개정에 대해 "언제 적 간첩인데 지금 간첩을 얘기하나", "군사기밀은 다 국가기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이런 발상이야말로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인 80년대 운동권식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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