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2년 10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전장에서 탈영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올해만 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안 그래도 수적 열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 탈영 급증은 전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검찰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직무에서 이탈한 자국 군인 약 6만 명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FT는 그러면서 이 6만 명은 전쟁 첫해인 2022년부터 2년간 발생한 탈영병 수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현행법상 군무에서 이탈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도 탈영을 감행하는 것이다. 무기 등 전쟁물자 부족으로 인한 전의 상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0월 말 우크라이나 동부 부흘레다르에 주둔 중이던 123여단 소속 보병 수백 명이 진지를 버리고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중 일부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며 공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123여단의 한 장교는 “우리는 자동 소총만 가지고 (부흘레다르에) 도착했다”며 “전차 150대가 있다는 지휘부 설명과 달리 20대만 있었고 몸을 숨길 곳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병력 부족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군 복무 연령 남성의 해외 출국을 금지하자 동맹국의 해외 훈련 캠프에 참가할 기회를 얻은 후 훈련장에서 탈영하는 신종 탈영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 당국자는 이런 수법으로 탈영하는 병력이 매달 12명 정도 나온다고 FT에 전했다.
올여름 이후 인해전술식 공세를 강화해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점령지를 늘려가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신병 수급이 늦어지면서 전방에 투입됐던 병사들을 제때 후방으로 빼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숙련된 병사들이 극심한 피로감으로 전사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탈영 급증까지 더해 병력 수급에 어려움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달 21일 규칙 변경을 통해 탈영 후 부대에 복귀한 초범에게 기소를 면제해주는 처방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