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새로운 조리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비드(Sous-vide) 조리법. 두 명의 공동대표가 운영 중인 쿠앤코컴퍼니는, 수비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통해 수비드 조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귀찮은 수비드 조리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이들의 창업 이야기를 구재홍 대표의 목소리로 들어봤다.
회사 소개 부탁 드립니다.
“쿠앤코컴퍼니는 ‘대중의 불편함을 발견해 기술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2023년 11월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수비드 조리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수비드 스마트팩토리인 ‘쿠앤코수비드’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구 대표)와 고도현 대표가 함께 운영 중입니다. 저는 한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PO(Product Owner)로 근무했고, 고도현 대표는 맥도날드코리아 IT팀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요즘 각광 받는 수비드 조리. 간단하게 설명 부탁 드려요.
“수비드(Sous-vide)는 원재료를 진공포장해 긴 시간동안 따뜻한 수조에 넣어 조리하는 방법입니다. 원하는 익힘의 정도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 낸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외 여러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어떻게 지금의 아이템을 구상하게 되었나요?
“저와 고 대표는 같이 자취를 하며 ‘많은 사람의 불편을 먼저 발견하자’는 취지로 매일같이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어요. 생각나는 대로 포스트잇에 내용을 쓰고, 냉장고에 붙여 서로가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 중 1개를 뽑아 2,3주 시한을 두고 검증 과정을 거쳤어요. 그렇게 6,7개 아이템을 검증했고요. 그러다가 제 점심 도시락에서 수비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됐어요. 도시락에 넣을 닭가슴살을 수비드로 조리하곤 했는데, 일일이 진공포장을 하고 몇 시간씩 기다려 조리하는 과정이 조금 귀찮았거든요. 그렇다고 수비드 닭가슴살을 사먹긴 너무 비쌌고요. 그렇게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간 캠핑에서 수비드 통목살의 맛에 반해 이 아이템을 검증해보자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됐어요.”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러 번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어요. 자취방 건너편 아파트에서 매주 열리던 장터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봤습니다. 유동인구, 시식에 응하는 사람을 헤아리다 보면 오프라인 구매전환률이 어느 정도 계산이 돼요.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다른 실험에 나섰습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빌라와 오피스텔 단지를 대상으로 새벽에 전단지를 뿌려, 문자 메시지로 주문을 받아, 퇴근 전에 제품을 가져다 주는 방식으로요. 이 실험 역시 결과가 유의미했고,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하며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반 소비자보다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매장, 단체급식 등 B2B 시장에서 수비드 조리에 대한 수요가 훨씬 크다는 걸 발견했어요. 검증을 위해 여러 매장에 샘플을 배포하며 반응을 살폈고, 온라인 웹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며 아이템에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기존 수비드 제품 제조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B2B 시장을 겨냥, 단가와 불량률을 낮추고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I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요. 스마트 수비드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 시 생길 수많은 변수를 관리합니다. 현장에서 생기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레시피 값을 적용, 일관된 익힘 정도를 만들어내는 거죠. 또, 수비드 조리 시 시간이 많이 들어 생산 스케줄을 맞추거나 재고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요. 이런 변수가 모두 인건비로 연결돼 단가가 상승하고, B2B 고객들이 원하는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비드 APS(Advanced Planning System)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수요 예측은 물론 일정 및 생산 계획을 기능에 포함,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 관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오히려 시스템 구축이나 자동화 구현 같은 개발의 측면에선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와 고 대표 모두 외식업계 출신이 아니고, 제조나 공장 운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입니다. 우선 MVP(Minimum Viable Product) 테스트를 통해 가볍게 구현하고, 이를 수정 보완하며 차근차근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검증 단계였다면, 좀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진 작은 상가에서 최소한의 시설로 제조하는 방식이라 수많은 거래 문의를 덥석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 경기도 일원에 공장을 구축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후에는 하드웨어 개발에도 뛰어들며 수비드 로봇 개발에도 나서 볼 생각입니다. 적은 인력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자동화 공장’을 목표로요.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시장까지 우리의 수비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호텔 저녁식사로 우리 제품이 나오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의 기내식으로 우리 제품을 선보이는 미래,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우리 제품을 이용한 샌드위치, 샐러드를 판매하는 날이 오길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