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때아닌 '들개' 비상령이 내렸다. 시도때도 없이 출몰하는 들개 탓에 반려견과 산책도 겁이날 정도다.
"들개 출몰 지역! 통행에 유의하세요." 지난 22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신지저수지 옆 산책로 입구에 나붙은 경고 현수막이다. 이 지역은 야생들개(야생화된 유기견) 출몰이 잦은 지역이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 일대는 수시로 들개가 출몰, 주민들은 가벼운 산책도 큰맘을 먹어야 할 정도다. 들개가 뜸해지는 겨울철이지만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김규희(25)씨는 "혹시나 들개가 나랑이(강아지 이름)에게 해코지 하지는 않을까 리드줄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 일대 주민들의 '들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올 한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반도로와 어린이들이 많은 유치원 인근까지 출몰, 주민들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관할 동구청도 전문가를 동원해 포획에 나서는 등 주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대구 동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접수된 들개 민원은 총 27건이다. 지난해 14건, 2022년 13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포획한 들개는 올해 8마리 등 총 48마리나 된다.
들개는 높은 공격성으로 주변 농가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5월 동구 방촌동과 용수동 일대 들개 무리가 농가를 습격해 닭 20여 마리가 폐사했고, 미나리 밭 역시 파헤쳐 적지 않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9월에는 한 주민이 혁신도시 인근을 산책하다 들개 10여 마리가 출몰해 위협을 느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들개는 통상 날씨가 따뜻한 5~10월 주로 출몰한다. 야생성이 강해 5㎞ 이상 넓은 반경으로 활동한다. 겨울에는 비교적 활동성이 떨어지지만 먹이를 구하지 못한 들개들이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동구청도 들개 근절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포획틀과 뜰채 등으로 생포해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인계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개의 특성상 동족이 한마리라도 포획틀에 갇히면 해당 장소로 다시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어 남은 무리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보다도 위험한 데도 동물보호법상 개를 학대하거나 임의로 사살할 수 없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캣맘' 등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활동도 어려움 중 하나다. 동구는 포획틀을 설치해 먹이로 들개들을 유인했으나 일부 캣맘 등이 먹이를 주기 위해 포획틀 입구를 막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난감해하기도 했다.
동구는 지속적으로 들개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만큼 내년 '유기동물 전문 포획단'을 정식 배치하기로 했다. 또 들개 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에는 특별 포획 기간도 운영할 예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정확한 들개 개체 수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최대한 안전하게 포획한 뒤 유기동물보호센터를 통해 입양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동물을 유기하는 것 역시 들개를 양산하는 주 요인인 만큼 반려인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