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 축구'가 저무는 것일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가 올 시즌 공식전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찍었다. EPL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하며 5연패 신화를 목표했던 맨시티는 리그 5위로 추락하면서 당장 유럽대항전 진출을 위해 4위 경쟁에 내몰린 실정이다.
맨시티는 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EPL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코디 학포와 무함마드 살라흐에 연속 실점하며 0-2로 완패했다.
맨시티는 EPL 4연패를 찍으며 5위(승점 23·7승 2무 4패)로 추락했다. 정규리그에서 16년 만에 4연패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얻은 가운데 공식전 7경기 무승의 부진을 이어가게 됐다. 감독으로서 유일하게 두 차례 '트레블(FC바르셀로나·맨시티)'을 달성한 과르디올라 감독도 개인 통산 첫 4연패 굴욕을 맛봤다.
반면 리버풀은 독주 체재를 더욱 견고히 했다. 선두를 유지한 리버풀은 EPL 4연승과 함께 9경기 연속 무패(8승 1무) 행진을 이어가며 승점 34를 쌓았다. 2위 아스널(승점 25)과 승점 9점 차이고, 맨시티와는 승점 11점 차로 벌려 놓았다.
맨시티의 추락은 EPL 사상 첫 5연패 꿈도 밀어버렸다. 리버풀 출신 해설위원 제이미 캐러거는 "맨시티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4, 5경기는 더 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럽대항전 진출을 위해) 4위 안에 들려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11시즌 이후로 UCL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맨시티로선 뼈아픈 얘기다. 통계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리버풀의 우승 확률은 85.1%로 압도적인 반면 맨시티는 4.4%로 떨어졌다.
맨시티는 지난 10월 31일 토트넘과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전 패배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특히 이번 리버풀전은 최악이었다. 영국 BBC 방송는 "맨시티는 슛을 시도하는 것에 39분이나 걸렸는데, 이는 2010년 이후 EPL에서 슛을 기다린 가장 긴 시간이었고, 전반 맨시티 선수 전체가 볼을 터치한 횟수의 합은 리버풀의 학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터치한 횟수(8회)와 비슷할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21세기 현대 축구의 전술에 영향을 미친 과르디올라 축구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바르셀로나(2008~12·스페인)와 바이에른 뮌헨(2013~16·독일)을 거쳐 맨시티에서 보여준 과르디올라 감독의 빌드업, 전방압박 등 전술이 이제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년여간 사령탑으로 쌓아온 그의 전술을 연구한 젊은 감독들이 점점 늘어나서다. 현재 리그 2위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과 3위 첼시의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모두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맨시티 코치를 맡아 배웠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리버풀전 패배에 충격이 큰 듯하다. 경기 이후 팬들이 "내일 아침에 해고당할 것"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그는 손가락으로 맨시티의 EPL 우승 횟수인 '6'을 들어 보였다. 직전 페예노르트전에선 무승부 결과에 손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혀 '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