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5'에 참가하려던 중국 기업 관계자들의 미국 비자 신청이 '무더기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중 간 인적 교류에서 긴장 흐름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다음 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하려던 중국 기업인들의 비자 발급이 최근 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CES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은 지난해(1,048개)보다 다소 늘어난 1,069개에 달한다.
비자가 거부된 중국 기업 관계자의 구체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 마케터는 SCMP에 "CES 참가를 언급하면 90% 확률로 비자가 거부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이 박람회에 참가하려는 중국 기업 관계자의 비자가 거부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거부된 적은 없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측이 어떤 이유로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는지는 확인된 게 없다. 다만 이번 CES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내년 1월 20일) 직전에 열린다. 과거 1기 행정부 당시 중국 기업가·유학생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했던 트럼프 당선자의 백악관 복귀와 이번 대규모 비자 거부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이 같은 대규모 비자 거부 사태는 이례적"이라며 "미국이 보호주의적 사고 방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CES와 미국은 비자 거부 사태의 값비싼 결과를 치를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며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 코넬대와 펜실베이니아대는 최근 겨울 방학 기간 출국할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인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외국인의 이민·거류 문제에 민감한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직후 어떤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